세기 전환기의 프랑스에서 활약한 작곡가 알베르 루셀(Albert Roussel, 1869-1937)은 한시(漢詩)에 곡을 붙여 6개의 가곡을 작곡하였고, 6개의 가곡은 2개씩 묶여 《Deux Poèmes Chinois》라는 제목으로, 각각 작품 번호 12, 35, 47로 출판되었다. 본 논문은 이 6개의 가곡에 나타나는 이국주의적인 특징에 대해 살펴본다.
본 논문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프랑스 작곡가들이 프랑스만의 새로운 음색을 추구한 이유와, 그 결과로 등장한 이국주의, 인상주의, 신고전주의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국주의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여, 서양음악에서 이국주의는 시기에 따라 어떻게 변천했는지 알아본다. 다음으로 루셀의 생애와 시기별 음악의 성격, 그리고 그가 쓴 가곡들의 전반적인 특징도 들여다본다. 이후 《Deux Poèmes Chinois, Op.12, 35, 47》의 가곡의 가사와 음악을 면밀히 분석하여 루셀의 음악에 어떠한 이국주의적인 요소들이 있고, 그 음악 요소들이 어떻게 이국적인 인상과 음향을 만드는지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루셀이 선택한 시에서 화자들은 갈등이나 상반된 감정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 루셀은 갈등의 국면과 그에 따른 감정 상태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가 사용한 방식은 빠르기나 연주 기호의 세밀한 지시로 직접적으로 그 변화를 보여주거나, 음악 요소들의 병치나 대조를 통해 그 변화하거나 혼재하는 감정을 전달하였다. 또한 루셀은 오음음계, 얼터드 음계(altered scale), 인도의 음계 등을 이용하여 낯설고, 이색적이며, 이국적인 음향을 얻었다. 위 가곡에서 피아노의 병진행, 지속저음(drone), 잇단음표 등은 고쟁, 비파 등 중국 전통 현악기를 상기시킨다. 이렇듯 루셀의 음악에서 드러난 이국주의적인 특징은 그가 이해한 동양적인 가치관 또는 감정 표현 등을 동시대의 타 작곡가들에 비해 한층 더 세밀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