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90년대 한국의 발라드 음악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도출되는 특징들에 대해 고찰하였다. 장르들의 혼종이 당연시되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들이 끊임없이 창출되는 현시대 속에서도 발라드 음악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장르로 오래도록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사정권에서 탈피하여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환, 경제 성장에 따른 대중들의 문화적 소비 증가, 그리고 서구 문물의 수용과 각종 뉴미디어의 보급 등으로 문화적 대격동을 경험했던 1990년대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있어서도 의미 깊은 시대로 조명받는다.
1990년대 한국의 대중음악은 서구와 일본 팝의 적극적인 수용으로 인해 다양한 장르들이 대거 출현하였고, 아티스트와 대중들의 음악적 수준이 향상되었다.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변화들 속에서 새로운 감각의 발라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등장했으며, 당시 유행했던 R&B와 힙합, 댄스와 아이돌 팬덤 속에서도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만의 감성이 담긴 발라드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MZ 세대들에게까지 공감과 수용을 얻어내고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들을 고려하여 1990년대 한국의 발라드 음악의 조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당대 대표적인 발라드 곡들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의 대중음악 차트지이자 1980-90년대 방송사의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 정보를 제공했던 〈뮤직박스〉 순위를 기준으로, 상위권에 진입한 한국의 발라드 음악을 연대기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음반 판매량 80%와 국내 음악 방송 횟수 20%로 집계된 〈뮤직박스〉의 순위를 토대로, 1990년부터 1999년까지 상위권에 가장 많이 진입한 이력이 있는 대표적인 발라드 뮤지션은 이승환, 신승훈, 김동률, 윤종신 순이었다. 이 네 명의 아티스트들마다 상위권 순위에 진입했던 두 곡씩을 선정하여 곡 분석을 진행하였고, 여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발라드 음악의 특징들을 도출하여 정리하였다. 연구 결과, 1990년대 한국 발라드 음악의 특징으로는 발라드 싱어송라이터들의 출현, 가사 표현의 자유화, 화성 진행의 확대, 전조의 빈번한 사용, 피아노 아르페지오 주법, 한국의 정서와 서구 팝 발라드 감성의 궁극적인 결합, 아티스트들의 협업 등으로 나타났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소통의 방식은 변하고 음악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자세와 생각 또한 달라진다. 현대의 대중음악은 예측할 수 없는 장르들의 혼종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가요 또한 앞으로의 행보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해외 팝을 흡수하는 것에서 변화되어 해외로의 보급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케이팝의 현시점에서, 한국인만의 정서와 감성이 잘 담겨있는 1990년대의 발라드 음악의 연구와 시대적 배경을 고찰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본 논문이 시대가 변함에도 한국인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많이 들려지고 있는 발라드 음악 발전의 초석이 되고, 더 나아가 양질의 발라드 음악 생산과 케이팝 발라드 음악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