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의 대표 예술가로 손꼽히는 앤디 워홀은 "미국이란 나라의 위대함은 가장 부유한 소비자들이 가장 가난한 소비자들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것을 구매하는 전통을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What's great about this country is that America started the tradition where the richest consumers buy essentially the same things as the poorest)"고 설명한 바 있다. 기존에는 상류층의 독자적 문화로 치부되어왔던 순수미술과 예술의 영역을 일반 대중 및 '소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의 흐름을 뒤바꾼 팝아트의 주요 시사점은 이러한 워홀의 예술 철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차용이라는 단어에서 엿볼 수 있듯, 차용미술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저작물 및 작품을 빌려 별다른 변형 없이 다른 작품을 창작하는 창작 활동을 의미하여 팝아트의 등장 이전에도 모방, 모작, 패러디, 레디메이드와 같이 다양한 양식으로 오랫동안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활발한 저작권 분쟁의 가운데에 놓이게 된 것은 20세기 이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혹은 한국과 같이 공정이용을 저작권법에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공정이용의 네 가지 요소의 해석 및 적용에 따라 차용미술 저작권 분쟁에 있어서 판례의 흐름을 크게 달리하였던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하여 차용미술 판례들은 공정이용 해석과 적용에 있어 새로운 지침이 되기도 하며, 차용미술 장르 이외에도 다양한 저작권 사건들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따라서 이 논문은 우선 Warhol v. Goldsmith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기에 앞서 미국의 차용미술 판례들과 공정이용 항변이 적용된 사례를 분석하고, 유럽의 저작권 제한규정 및 패러디 항변 적용 사례들과도 비교하고자 한다. 특히 제프 쿤스나 리차드 프린스와 같은 유명 차용미술 작가의 유사한 작품 행위가 때로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거나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둥, 상반된 각 판결의 사실관계에 따른 법원의 해석을 검토 및 대조하는 것을 통해 차용미술 창작 행위의 저작권 문제점을 파악한다. 차용미술 판례가 부족한 한국의 경우 조영남 대작 사건과 조원강 표절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에서 살펴보아야 할 저작권 문제점과 함께 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을 조사하여, 국내 차용미술계의 문제 요소를 검토한다.
이처럼 여러 국가의 상이한 규정으로 인해 미술계의 차용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인지, 혹은 합법적인 행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이 없는 가운데 Warhol v. Goldsmith는 차용미술 분쟁으로는 최초로 미국 연방대법원에 이르게 된 판례이며, 앞선 공정이용 대법원 사건들과 함께 공정이용 해석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 외에도 아시아나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일어나는 예술가의 복제 및 차용 행위의 해석에 있어 참고하게 될 핵심 판례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연방지방법원과 연방항소법원의 공정이용 요소의 해석이 완벽하게 대립하는 두 법원의 입장을 검토하며 '합리적 관찰자'의 정의를 살피고 공정이용 첫 번째 요소인 '변형적 이용'을 중심으로 사건을 다룬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는 것을 통해 차용미술 내 저작권법의 흐름을 파악하여 그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20세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가인 워홀이 골드스미스 사진작가의 프린스 초상화를 이용하여 만든 '프린스 시리즈' 작품에 대한 이 판례는 오늘날 팝아트뿐만 아닌, 디지털미디어로 그 분야를 확장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와 영역의 차용미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고, 앞으로의 공정이용 요소 해석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미술계는 원저작물의 창작자와 새로운 차용미술 작품의 저작자 간의 균형을 찾고 합리적인 저작물 시장구조 형성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이단아로 손꼽히는 차용미술의 기존 판례들과 2023년 5월 18일에 결정된 워홀 대법원 판례의 분석은 오늘날 미술저작물의 창작자와 대중들에게 있어 필수적인 저작권법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이를 통한 미술사의 발전은 미술저작물의 가치를 보전하는 가운데 새로운 저작물의 탄생 또한 장려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