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는 가톨릭교회의 중세 미사 및 다양한 예배 의식에서 사용되는, 반주 없이 단성으로 부르는 성가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교황 그레고리오에 의해 새로 작곡된 것이라기보다는 구전된 성가들을 집대성하여 채보, 통합, 편찬한 것이다. 이러한 그레고리오 성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변화가 되었다. 그러나 그레고리안 성가의 선율에 가사를 추가하거나 음을 추가하는 등의 변형이 이루어졌으며, 특히 9세기 후반부터는 단성성가 형식을 기반으로 음들이 덧붙여져 다성 음악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본 논문의 주제는 그레고리안 성가 장례미사에 포함된 다섯 개의 부속가중 첫 번째 구절인 〈Dies Irae〉의 선율의 차용에 의한 새로운 창작품의 작곡에 대한 아이디어로부터 기인한다. 즉, 선율의 차용에 따라 사용된 음악과 그 음악이 주는 영향과 의미를 파악하고 기능적으로 분석하여 음악적 특징과 가치를 찾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Dies Irae〉의 선율은 중세시대를 대표하는 특정한 선율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부속가 중 하나이다. 그레고리오 성가가 다성 음악으로 발전하기 전 9세기 중엽부터 그레고리오 성가의 발전 과정에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알렐루야'라는 성가의 마지막 음을 길게 만드는 것인데, 마지막 음을 길게 연장하면서, 이 음을 기억하기 위해 가사를 붙여서 따로 기억하게 되었고, 이는 하나의 독립된 성가로 형성되었다. 이러한 성가를 음악 용어로 '부속가(sequentia)'라고 부르며, 12세기 중엽에는 부속가의 창작이 크게 활발해져 5,000여곡이 생겨났다.
그러나 트렌트 공의회(1545-1563)에서는 이렇게 많아진 부속가들을 전례에 부합하지 않다고 여겨, 그 중 일부인 네 곡만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부속가의 창작은 제한되었지만, 그 사이에서 형성된 네 곡의 부속가는 그 후에도 중요한 음악적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진노의 날을 뜻하는 〈디에스 이레 (Dies Irae)〉가 그 중의 한 곡이다. 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죽음'과 관련된 의미로 많이 전해져 왔다.
본 논문은 〈Dies Irae〉의 선율을 통한 음악차용의 효과와 의미를 연구하고, 음악차용의 의미를 실제 작품에서의 활용에 접목하여 어떠한 미적 가치를 주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자 한다.
첫째로, 음악의 차용이 주는 특징과 의미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둘째로, 〈Dies Irae〉 선율이 차용된 음악의 분석을 진행하여 효과적인 차용에 대한 내용을 분석한다. 이러한 차용은 클래식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영화, 드라마, 게임, 광고 등 다양하게 쓰여 진다.
상업음악분야에서도 선율이나 음악의 차용을 이용함으로써, 작곡가들은 이미 인기 있는 음악이나 멜로디를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청중들이 익숙한 멜로디나 분위기를 듣는 것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Dies Irae〉의 선율을 통해 음악의 차용이 주는 의미를 미학적 가치의 입장에서 확인한다.
20세기 후반의 차용이 전통적 차용과 구별되는 점은, 음악에서의 차용이 단순히 작곡의 부분적인 방법이 아닌, 하나의 작곡이 새로운 형태로서 작품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 음악에서 차용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작품에 포인트를 주는 역할이었다면, 1950년대 이후 본래의 특성이 점차 사라지고, 차용이 작품 자체를 구성하는 하나로 자리 잡게 되는 형상을 보이게 되었다.
본 논문이 음악 분야에서 종사하는 많은 음악인들의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음악의 차용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의 가치와 의미를 알려주어 음악의 활용을 발전시킬 수 있는 참고 자료로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