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서 아동형상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20세기 이후의 미술 작품에서 아동을 소재로 한 작품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본 논문의 연구 목적은 일상생활 속 아동형상을 주제로 미술사 안에서 아동형상의 계보를 정리하여 아동형상이 갖는 사회·문화적 의의를 고찰하고, 아동형상의 표현방식을 살펴봄으로써 이 시대의 아동형상을 어떻게 다른 창작의식과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연구자는 미술사에서 나타나는 아동형상의 발전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선 서양과 동양 각각의 미술사에서 나타난 아동형상과 그 배경을 시대순으로 정리하였다. 그 후 아동형상의 발전은 사회 발전과 예술사라는 큰 맥락에서 떼어놓을 수 없기에, 예술적 경향의 중요한 시기를 짚어 봄으로써 미술사 안 아동형상의 대략적인 발전 형태를 도출하였다. 18세기 이전 서구의 미술사에서 아동형상은 주로 상징적 형상에서 실제적 형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18세기에는 귀족계급에 영합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아동형상이 나타났다. 중국 미술사에서의 아동형상은 대부분 생활 속 모습을 묘사한 것이지만 사실 거기에는 다자다복(多子多福) 사상이 숨어 있고, 이후에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중국 미술사에서의 아동형상은 실제 형상과 상징적 형상이 교차하면서 발전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 이후 아동의 형상에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데올로기가 더욱 강하게 투영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아동형상의 존재와 그것의 전환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대 예술에서는 상징적 아동형상과 실제 아동형상, 뚜렷한 이데올로기를 지닌 아동형상이 모두 동시대에 공존할 수도 있다.
아동형상은 미술사 속에 늘 존재해 왔으며, 미술사 속에서 아동형상의 형태는 각기 다른데, 이는 각 역사적 단계의 사회적 요구에 상응하는 것이다. 아동형상의 의의는 아동형상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성인들의 아동관, 아동형상의 사회적 기능과도 관련된다. 이를 비교하여 분석해보면, 아동형상의 의의는 주로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동 자체가 가진 가치를 형상화한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아동의 순수함, 생명력, 미래의 상징을 나타낸다. 아동형상의 이러한 상징성은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이러한 상징성을 가진 아동형상은 대부분 귀엽고 건강한 모습이다. 둘째, 이데올로기와 아동형상의 연관성 문제이다. 이데올로기와 아동형상을 연결하는 것은 아동의 의의를 확장하는 것으로 사회 발전에 따른 현상이다. 아동형상은 예술가 개인의 사상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고, 집단의식을 대변하는 공적 형상이기도 하다. 성인의 의식이 투영된 아동의 형상은 부정적인 편으로 차가운 모습이거나 성인과 같은 표정과 행동이 보이기도 한다.
본 논문에서는 19세기 이후의 예술가 중 네 명을 선별하여 그들의 작품에 나타난 아동형상을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예술가의 각기 다른 생활관이나 예술관에 따라 아동형상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양 예술가 소로야는 실제 아동의 행동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였으며 붓놀림은 과감하면서도 깔끔하게 그리고 색채는 선명하고 밝게 표현했다. 닐은 아동형상을 표현할 때 각각의 조형적 특징을 살려 필치와 색채 모두 풍부하고 흡인력 있게 표현했다. 동양 예술가 박수근은 아동형상을 단순한 모양, 뚜렷하지 않은 붓놀림, 함축된 색채의 소박함으로 표현해냈다. 장샤오강은 아동형상의 조형 특징을 약화하고 아동형상 사이의 유사성을 더 강하게 표현해 붓놀림이 겉으로 그리 드러나지 않게 하였으며, 색채의 경우에는 단일하고 간결하게 표현했다. 비록 이러한 결과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연구자는 서양과 동양 예술가의 예술적 관념과 표현에 있어 이렇게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지역마다 다른 예술적 환경과 인문 사상의 영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들의 작품에서 표현된 아동형상에는 기본적으로 예술가의 화풍과 내적 정서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본 논문을 작성하는 데에 직접적인 참고 자료가 되었다.
연구자의 작품 속 아동형상에는 시대성과 예술적 표현이 담겨있다. 미술작품 속 아동형상은 모두 시대성을 지니고 있지만 미술사에 나타난 일상생활 속의 아동형상은 대부분 다양한 아동들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이다. 연구자는 약 5년 동안 한 아동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며 그를 대상으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면서 직접적 또는 은유적 방식으로 여러 가지 예술 표현수단을 탐구하며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아동형상을 창조해 왔다. 연구자는 이 아동의 신체 건강, 교육과 오락 등 그의 일상생활을 다각도에서 기록하였다. 이러한 표현에는 일상생활에서 아동의 객관적인 형태에 대한 묘사, 아동의 주관적인 내면에 대한 관심, 현대의 아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사고가 담겨있다.
연구자의 작품은 다음 두 가지 표현 형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회화와 사진 콜라주의 표현 형식이다. 무채색과 유채색의 대비, 단색과 유채색의 대비, 복잡한 도형과 단순화된 무채색 형상과의 대비를 이용한 작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작품들은 아동형상의 색채와 환경의 색채를 결합해 일상생활 장면을 기록했다. 무채색 아동형상 시리즈, 〈일기식 수필〉 시리즈 등의 작품에서는 아동형상을 더한 공간 병치 방식을 통해 아동의 내면세계를 구성했는데, 이러한 양면적인 창작 방식은 작품 속 아동에게도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역사적 감각으로 현대의 아동형상을 그리면서 내용과 형식에서의 모순을 강조하였다. 둘째, 영상과 설치의 표현 형식이다. 일상생활에서 아동형상의 '순간'을 기록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을 조성하여 아동의 일상과 현대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사고를 유도할 수 있다. 연구자는 물체에 '활동적'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아동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모방할 수 있었다. 설치작품은 성인과 아동이 함께 노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거나 아동과 현대 사회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반영하였다.
연구자가 기록한 이 아동의 형상은 비록 현대 중국 사회 아동의 개별적인 사례이지만, 동시대 아동들의 성장특징을 반영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의 중국 아동들은 비록 생활환경과 여건이 비교적 우월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과도한 성장 압박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동시대 아동에 대한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들의 성장 상태와 내면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이 연구자 창작의 가장 주요한 동기가 되었다. 연구자는 현재 평면 작품을 위주로 창작을 하고 있으나, 현대 미술의 영향을 받으면서 설치 예술과 영상예술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형식의 확장은 사고의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구자는 향후 예술 창작에서 현대 일상생활에서의 아동형상을 주제로 하여 아동형상의 다차원적인 예술적 표현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지속적으로 창작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