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상외지상론(象外之象論)'의 영향을 받은 풍경화의 조형적 표현에 관한 연구로, 먼저 이론적으로 상외지상론의 발전 과정과 의미를 체계적으로 정리·분석하고, 이어 상외지상론의 조형관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풍경화 창작에 상외지상론을 적용함으로써, 조형 면에서는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풍경화 조형 방식을 추구할 수 있고, 형식 면에서는 풍경화와 동양 산수화와의 융합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의식 표현 면에서는 풍경화 작품에 사상과 감정 표현을 강화할 수 있음을 밝혀 풍경화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역(周易)』과 『도덕경(道德經)』의 상(象)론은 상외지상론의 철학적 기초를 다졌으며, 중국 남북조 시대 화가들에 의해 이론적인 종합 과정을 거쳐 '상외(象外)'론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당대(唐代)에 이르러 상외 지상론에 대한 완전한 논의가 이루어져 이후 중국 산수화 창작에 있어 주요한 이론적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산수화는 상외지상론의 영향을 받아 '상외(象外)'의 의미를 '상(象)'의 형상으로 표현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산수화를 창작함에 있어 자연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거나 자연의 형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산수화의 작가는 '사법자연(師法自然)'의 방식으로 자연을 느끼고 자연 풍경 속에서 창작 영감을 찾으며, '관물취상(觀物取象)'의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고, 내적 요구에 따라 자연 속에서 작품의 대상을 취사선택한다. 그리하여 '이형사신(以形寫神)'의 방식을 통해 자연에 내재된 정신과 작가 자신의 사상을 표현해낸다.
'상외지상론'은 중국 산수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서양 풍경화에도 널리 응용되었다. 오관중(吳冠中, 1919-2010)은 유화(油畫)의 추상적 요소를 활용하여 중국 산수화 표현방식을 혁신하고, 산수화의 번짐 효과 방식을 통해 풍부한 사의(寫意)가 담긴 서양 풍경화를 만들어냈다. 이우환(李禹焕, 1936-)은 점, 선, 면의 단색화를 통해 '유(有)'에서 '무(無)'로의 전환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전달하였으며, 그의 설치작품 속 풍경의 관계성과 철학성을 '여백(餘白)'으로 풀어냈다. 이러한 그의 기법은 연구자의 풍경화 창작에 의경(意境) 표현의 공간을 확대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설치작품 창작에서 자연 풍경에 대한 은유적 표현에 많은 참고가 되었다. 모란디(Giorgio Morandi, 1890-1964)는 조화롭고 통일된 회색빛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화면을 구현해내어 작품에서 평범하고 소박한 정신의 경지를 조성해냈다. 회색으로 표현된 모란디의 풍경화에는 풍부한 감정이 표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산수화 기법이 활용된 발튀스(Balthus, 1908-2001)의 풍경화에서는 서양 풍경화와 동양적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상외지상론 및 선행 예술가의 영향 아래 연구자는 풍경화 창작에 동양 산수화의 사의(寫意) 표현 방식과 서양 현대 풍경화의 조형 방식을 융합하여 '경외지경'을 창작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풍경화 양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조형, 색채, 감정, 의경(意境) 표현 등의 측면에서 상외지상론이 영향을 준 연구자의 신풍경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자는 풍경화 작품 유형을 크게 사실성(寫實性), 의상성(意象性), 추상성(抽象性) 3가지로 구분하였다. 사실적인 풍경화 작품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면서도 자연적인 형태를 통해 연구자의 어린 시절 시골 생활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으로 자연에 대한 찬양을 나타내었다. 의상적인 풍경화 작품은 점, 선, 면의 실제와 허상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요하고 우아한 작품 분위기를 조성하고 리듬 변화의 아름다움을 나타내었다. 추상적인 풍경화 작품은 화면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하여 새로운 형식의 풍경화 창작에 대한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회색의 활용은 연구자의 모든 풍경화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회색은 중용(中庸)적인 색상으로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며 풍경화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설치작품과 영상작품에도 '상외지상론'의 신풍경이 응용되었다. 연구자의 설치작품의 재료는 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스케치 작품에서의 건물과 집의 벽돌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상징하며, 엉켜있는 삼노끈과 메마른 나무줄기 그리고 낡은 창문 등의 소재는 생명과 집의 관계를 비유한다. 생명은 집이 존재하는 근거이고, 집은 생명이 존재하는 의의이다. 영상작품에서 연구자는 중국과 한국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소재로 다중 스크린에서 동시에 다양한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을 통해 시공간이 교차하는 시각효과를 나타냈고, 흑백 처리된 영상과 느린 음향 효과를 통해 외로움과 상실감의 정서를 표현해 내었다.
연구자는 '상외지상론'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아, 서양과 동양 예술의 융합을 통해 실제 이 이론이 신풍경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리고 연구자의 회화 및 설치작품 그리고 영상작품을 중심으로 상외지상론이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이것은 상외지상론을 신풍경의 창작에 활용한 연구자의 종합적인 분석이자 요약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상외지상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현대 풍경화 창작에 적용된 상외지상론의 이론적·실제적 응용을 예시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