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와 해외직접투자(FDI)가 개발재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국제개발목표가 새천년개발목표(MDGs)에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로 전환되면서 극빈 감축, 보편교육, 모자보건 등 개도국 내 공공분야개발 뿐만 아니라 인프라 건설, 일자리 창출 등 민간분야개발도 중요한 개발목표로 부상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 국제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개발재원 논의에 따라 개발재원의 범위과 역할도 크게 변화하였다. 1969년 ODA 정의 이후 공공재원인 ODA로 한정되었던 개발재원이 2002년 제1차 몬테레이 개발재원총회를 통해 FDI 등 민간재원도 개발재원으로 인정되면서 개발재원의 범위가 확대되었고 2008년 제2차 도하 총회에서는 개발재원으로서 '본연의 역할(natural role)'에 더해 FDI 등 민간재원의 개도국 유입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catalytic role)'도 ODA에 부가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가설 1 '한국 ODA와 FDI는 개도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가'를 설정하여 한국 ODA와 FDI가 개발재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가설 2 '한국 ODA는 자국 FDI의 개도국 유입을 촉진하는가'를 설정하여 한국 ODA가 FDI에 대한 '촉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각각 검정해 보았다.
가설 1에 대한 검정은 전 세계 147개 개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ODA·FDI·GDP 간 내생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ODA와 FDI에 대한 실증분석으로는 처음으로 3단계최소자승법(3SLS)을 사용하였다. 가설 1에 대한 검정 결과, 한국 ODA는 세계 ODA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도국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즉 개발재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지만 한국 FDI는 세계 FDI와 마찬가지로 개도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개발재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설 2에 대한 검정은 효율적인 추정치를 얻고자 Kimura et al.(2010)이 제안한 첨병효과(vanguard effect)에 관한 국내 선행연구보다 분석대상 개도국 수를 대폭 확대하여 전 세계 120개 개도국에 대해 분석하였으며 한국 ODA가 공적개발재원으로서 촉매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5개 주요 공여국의 ODA와 비교하여 보았다.
가설 2에 대한 검정 결과, 일본 ODA가 유일하게 자국 FDI의 개도국 유입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ODA 사용분야별 분석에서는 일본과 프랑스의 인프라 ODA가 자국 FDI의 개도국 유입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그룹별 분석 결과, 하위개도국에서는 일본의 ODA와 인프라 ODA가 자국 FDI의 유입을 촉진한 반면, 상위개도국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ODA와 인프라 ODA가 자국 FDI의 유입을 촉진하였다. 또한 상위개도국에서 미국의 비인프라 ODA가 유일하게 자국 FDI의 유입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분석에서는 일본의 인프라 ODA만 자국 FDI의 아시아 지역 유입을 촉진하였다.
가설 2에 대한 검정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 ODA는 자국 FDI의 개도국 유입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본·프랑스·독일·미국의 ODA는 촉매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국 ODA가 촉매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설명요인은 높은 유상원조 비율, FDI가 활발한 아시아에 대한 ODA 집중지원, 높은 인프라 ODA 비중, 소득그룹별 ODA와 FDI 지원 비중 등 국가별 ODA와 FDI의 특징이었다. 두 번째 설명요인은 ODA 주체인 공여국 정부와 FDI 주체인 자국 민간기업 간의 정보 공유이고 세 번째 설명요인으로는 공여국 정부의 개도국 민간분야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로 분석되었다. 한국 ODA가 촉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은 한국 ODA와 FDI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 한국이 위의 두 번째 설명요인과 세 번째 설명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국 FDI가 개발재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향후 개도국의 소득수준, 투자대상산업, 투자지역 등을 고려하여 FDI가 개도국 경제성장에 미치는 결정요인을 연구할 필요가 있고 가설 2에 대한 검정을 통해 파악된 정부와 민간 간 정보 공유, 정부의 개도국 민간분야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등 ODA가 공적개발재원으로서 '촉매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하는 설명요인들을 어떻게 한국 ODA와 FDI 정책에 구현시킬 것인지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