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작곡가 이건용이 작곡한 가곡을 알아보고 분석하여 그것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음악적 요소가 한국 음악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건용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전통적 음악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 3세대 작곡 동인'을 결성하여 한국의 새로운 현대음악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음악계의 주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그가 창작한 작품에 대한 분석에 치중되어 있으며 그마저도 칸타타, 오페라 등의 장르에 국한되어 있다. 작곡가 이건용이 가진 사상과 그가 만들어낸 음악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작곡한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곡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물이 되어』,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겨울사랑』 등 가곡집에 수록된 작품을 대상으로 분석과 연구를 진행한다.
'제 3세대 작곡 동인'을 결성하고, 그가 써낸 저서들을 통해 가지고 있는 사상적 요소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는데, 바로 한국적 음악에 대한 고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우리 고유의 음악으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렇기에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성과 시의성을 함유하는 민족음악을 추구할 것을 말한다. 그가 작곡한 가곡에서 이러한 그의 생각과 사상이 반영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단순히 시에 음악을 접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성과 시의성이 드러나는 주제의 선정, 한국어 강세를 고려한 음악적 어법의 전개, 음악에 어우러지게끔 하는 가사의 변형 등을 통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지향하고자 한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적 기법에서는 선대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아 현대음악 기법들을 작품에 녹여냈다. 클러스터의 사용과 중심음 기법, 조성의 회피를 위해 사용한 선법, 색채를 흐린 화성, 헤테로포니, 오스티나토, 다양한 동서양의 리듬들을 사용하여 그의 작품 세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말의 운율과 뉘앙스를 선율에 대입하여 작곡을 하였고, 시의 분위기와 함축적 의미를 음악에 녹여 냈다.
서양음악의 수용 이후 한국 음악계는 서양음악의 기조와 자기 정체성을 동시에 쫓아가야 하는 이중적 고충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의 한국 현대 음악은 '음악'보다 '학문'에 치중한 결과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작곡가 이건용의 등장은 한국 현대음악이 나아가야 하는 새로운 기점의 제시라고 볼 수 있다. 작곡가 이건용에 대한 후속 연구에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제안이 되었으면 함과 동시에 가곡을 통해 알아본 그의 사상과 음악적 기법을 기반으로 하여 추후 한국적 현대음악을 고심하고 있는 많은 음악인에게 새로운 영감과 창작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