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근간은 카를 융(Carl Jung)의 사상과 음악미학을 접목하는 것이다. 융의 관점에서, 신화와 예술은 근원적으로 원천을 공유한다. 신화와 예술의 모티브는 집단무의식 속에서 발현된 원형(Archetype)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예술은 현대의 시대정신에 큰 영향을 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고, 나아가 대중음악에도 지배적인 영향력으로 변화를 이끌내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표상인 우로보로스가 갖는 자기 파괴와 복제의 특성이 예술의 영역에 전반적으로 드러난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은 스스로 명확하고 규범적인 수식어로 정의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특성은 크게 해체주의(Deconstruction), 혼성 모방(Collage and Pastiche), 고유성(Originality) 거부, 탈중심주의, 시뮬라시옹(Simulacion), 우연성, 다원주의, 변증법적 발전 개념의 거부, 메타서사(Meta Narrative)의 거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각각의 포스트모더니즘 특징은 구분되지만, 유기적인 연관성 하에 있다. 대상성을 해체하여 파편화된 것을 다시 이질적으로 접붙인 것이 혼성 모방이다. 때문에 독창성, 고유성을 상실하게 된다. 나아가, 기존의 이분법적 서구 중심주의에 저항하는 탈중심주의는 이원화에서 다원화로 이끈다. 기호의 자의성은 로고스의 해체로 이어지고, 이에 실제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마지막으로, 통일된 서사 즉, 내러티브(Narrative)를 해체하고 스펙타클(Spectacle)을 추구한다. 보편성이 개별성으로, 수직적인 가치 위계가 수평적인 가치 위계로 변화하게 된다.
신화적 서사 구조에는 질서의 영역과 혼돈의 영역 그리고 두 영역 사이를 중재하는 의식의 영역이 있다. 이것은 각각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행동의 장에서 도덕률을 제시하는 에토스이다. 질서와 혼돈, 로고스와 파토스, 남성성과 여성성 등은 서로 필연적으로 대립되고 상호보완한다. 신화적 서사에 따르면, 질서와 혼돈은 모두 양가적 특성을 갖는 불완전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질서는 안정과 번영,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위계를 이루지만, 압제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어 지나치면 전체주의적 독재를 초래하게 된다. 혼돈은 호기심, 새로운 기회, 낡고 부패한 가치에 대한 혁신을 이루지만, 위협적인 파괴 요소가 지나치면, 질서와 수직적 가치 위계의 긍정성마저 파멸시킨다. 혼돈과 파토스가 창조적 파괴라는 순기능을 하면서도, 무조건적인 파괴로 인한 파멸에 이를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 원형에서 파토스의 해방과 비극의 관계에 대한 서사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 유미주의적 작품 《광염소나타》,《지옥변》은 프로메테우스와 마찬가지로 불을 소재로, 혼돈의 영역에 '기회'와 '위협'이 어떻게 발현되고 비극이 찾아오는지 시사한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음악미학은 유미주의적인 파토스 가치의 지배 아래 전통적 예술성과 창조성 그리고 윤리적 가치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