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와 그림의 기원이 같다는 서화동원론(書畵同源論)을 시작으로 중국 미술계는 일찍부터 한자와 미술의 관계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왔다. 오늘날 서방 예술이 중국으로 대거 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어떻게 하면 중국 특징을 담긴 동시대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중국 전통문화를 어떻게 사용하여 동시대 예술의 맥락 하에 진행되는 예술적 교류에 참여하느냐는 하는 것은 지금의 중국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문제이다.
1980년대 중국의 많은 예술가들은 한자를 창작의 주요 매개로 하였으며, 미술계에서 한자 운동의 명성과 위세를 드높였다. 그중에서도 쉬빙(徐冰)과 구원다(谷文達)는 한자를 자신의 창작 언어로 사용하였으며, 이를 개조하고 변형하여 재창조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정체성 혹은 문화에 대한 성찰 때문이든 한자 자체가 가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세계화 배경하의 예술 창작에서 한자 기호의 차연(Différance)을 표출한 것이라 하겠다. 이것으로 한자가 중국 예술가들이 글로벌 예술 대화에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 논문은 한자가 어떻게 현대 예술에서 자신의 문화적 가치를 발휘하는지, 한자가 현대 예술가의 정체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중국 현대 예술 창작의 텍스트에 한자가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한자를 출발점으로 하여 한자의 문화적 기능은 물론 중국 현대예술에서 한자의 응용방식 등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현상에서 본질을 찾는 방식으로 중국 현대 예술의 위치, 문화 관점 등의 문제를 고찰한다.
현대미술에서의 한자 활용에 대한 논의는 선행 사례 고찰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구원다(谷文達), 쉬빙(徐冰), 치우 즈지에(邱志杰) 등 3명의 선행작가를 선정한다. 한자의 인식과 의미에서 출발하여 한자의 기원과 발전 변화 그리고 문화적 함의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또한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현대 예술 창작에서 한자의 예술기능과 응용방식을 분석하고, 중국 현대 예술의 태동과 발전 추세를 탐구한다. 연구자의 작품을 중심으로 형식과 내용 등 방면에서 중국 현대 예술에서 한자의 역할과 의의를 깊이 탐구한다. 이를 통해 한자가 중화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담고 있으며, 현대예술의 현지화 표현을 위한 중요한 예술 언어이자, 중국 예술가가 서구 모더니즘 예술 토론에 참여하는 효과적인 매개체임을 확인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예술에서 한자의 응용에 대한 연구는 중국 문화 내부에 대한 고찰이며, 한자는 물론 중국 현대예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한자는 중국 미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이론적 매개체 역할을 하고 중국 현대예술의 미래에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