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고전소설 속 장애인과 장애의 구체적 형상화와 치유 지향 서사의 의미를 살피고 문학이 이러한 장애의 서사화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과 담론을 어떻게 언중들에게 내재화했는지 살피고자 했다.
제I장에서는 기존의 구비문학과 시가문학을 중심으로 연구되던 고전문학 속 장애인 담론 및 형상화 연구의 편향성을 밝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비하게 이뤄진 고전소설 속 장애인과 장애의 의미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작업을 통해 고전문학 연구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연구목적을 밝혔다. 또한 본 연구는 장애인의 서사적 형상화에 담긴 장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도출할 뿐 아니라 고전소설 속 치유 지향성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 의미의 신체적 결손을 넘어 문학적 상징으로 표현된 장애의 형상도 연구 범주에 포함하고 이를 기준으로 연구 대상으로 삼는 고전소설 작품을 선별하고 확정하였다. 그리고 고전소설 속 장애 서사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근대전환기 장애인이 등장하는 단형 서사 작품을 선정해 비교군으로 제시했다. 조선시대와 달리 근대전환기 하나의 상징체로 전환된 장애인과 장애가 등장하는 근대 단형 서사와 고전소설의 장애 형상화의 비교는 고전소설 속 장애와 치유 서사의 특성을 드러내기에 용이하다.
제II장은 우선 본격적 논의에 앞서 장애에 대한 개념이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형성 및 변화해왔는지 통시적으로 살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시각 및 담론의 시대별 차이와 변화 양상을 밝혔다. 이를 통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중세-근대-현대로 이어지면서 변화된 상대적 개념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 사용할 장애의 개념을 구체화하였다.
둘째로 선별한 고전소설 속 장애 서사의 형상화를 살피기 위해 장애 유형을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 신체·정신적 장애로 구분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분석을 위해 여성 장애 서사와 남성 장애 서사를 나눈 후, 앞서 구분한 각 장애 유형별로 구체적 서술 양상과 서사 전개를 살폈다. 이는 고전소설 속 장애 형상화 양상이 남녀에 따라 서사 전개에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형을 구분 후 각 장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구체적 서사 표현과 형상화를 살폈다. 이를 위해 소설 속 장애인과 그 주변 인물 간의 관계와 대응 방식, 작품간 비교를 수행하여 서사적 형상화에 담긴 의미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도출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소설 속 장애가 가지는 의미의 다양성과 가족 및 공동체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피는 작업은 장애를 대하는 당대의 사회문화적 시각을 문학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다. 또한 서사를 통해 하나의 담론과 시선이 어떻게 내재화되는지 이해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III장에서는 앞 장에서 살핀 서사적 형상화를 기반으로 서사 속 장애 담론과 치유 담론의 의미를 고찰했다. 근대적 의미의 의술이 없던 소설 속 시대에 장애와 장애인에게 부여된 서사적 의미와 담론을 고찰하고 실제적, 현실적 자기완성이자 서사적 귀결로 안배된 치유 서사에 내재된 의식을 살폈다. 결핍의 상태인 장애가 결핍을 채우는 치유의 서사로 진행되는 작품 간 유사한 구조 내에서도 각 작품은 장애와 치유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시선과 대응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 간 인물 행동 양식의 같고 다름은 장애가 가지는 상대성에서 기인되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문학이 다양한 인물을 통해 각자 다른 삶의 양태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면 장애와 치유를 둘러싼 다양한 양상들을 살피는 것은 문학을 통해 장애 및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였던 장애인은 현대에 들어 도리어 구분과 배제의 대상으로서의 의미가 강화되었다. IV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된 장애인에 대한 시선의 단서를 고전소설과 근대전환기 단형서사 속 장애인의 형상화의 비교를 통해 소구하고자 했다. 이에 근대전환기에 등장한 과도기적인 문학 장르인 근대 단형서사 중 장애인이 주도적 역할로 등장하는 작품을 선별해 고전소설의 장애 서사와 비교 고찰했다.
본 논의는 그동안 고전소설 연구에서 특이한 흥미 요소를 결합한 인물형으로 간주되며 상대적으로 인물을 통해 그려지는 장애인의 삶에는 둔감했던 기존의 연구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서사 속에 드러나는 장애인으로서 겪는 삶의 양상에 주목해 그 의미를 도출하고자 했다. 또한 고전소설 속 장애인의 개념 확장을 통해 다양한 장애의 문학적 형상화 탐색을 시도했다. 그리고 고전소설뿐 아니라 근대전환기 서사 속 장애인의 형상을 단편적으로나마 살펴 장애인과 장애를 둘러싼 시각과 태도의 근대적 전환 양상을 확인했다. 근대의 장애 인식 전환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기에 이러한 탐색은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시각과 태도를 고민하게 하는 한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