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로웬펠드의 미술 교수 철학과 방법론을 문제 행동을 보이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청소년의 교육 과정에 적용했을 때, 의미 있는 문제 행동 감소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로웬펠드의 미술교육 이론은 우리나라의 미술교육 과정을 이루는 기본 철학이다. 그는 미술은 교과 자체로서 그 의미와 가치를 가는 학문이라고 주장했으며, 특히 한 인간이 정신, 정서적으로 성장하고 자기 확장을 이루어 사회화하는 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로웬펠드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특히 중요한 시기로, 신체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인 모든 면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되며 미적인 성장 역시 두드러진다. 이 때 이들의 필요와 요구에 교사는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데, 이들의 미적 감각, 조형적 표현 특성, 감상의 능력 등을 잘 알고 최소한의 개입으로 스스로 학생이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는 1.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질문과 대화로 심상을 불러 일으키고 구체화시켜 창작에 자유로운 표현을 독려하는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했으며, 2. 치료적 미술의 영향을 받아 학생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스승-제자 관계를 형성했으며, 3. 심리학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가지고 미술 발달 단계 이론을 구성하여 학생이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교과 과정을 이러한 그의 방법론에 좀 더 충실하게 구성한다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명제를 검증하기 위하여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대상을 설정해 단일 사례 연구를 진행하였다.
S시에 사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청소년 S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보고된 주 문제 행동은 은둔형 외톨이 성향, 신체화 고통 호소로 인한 무기력, 공격적 행동과 부정적 정서표현이었다.
이 연구는 S학생에 대한 사전 정보 수집과 그에 대한 분석, 심리학과 관련된 자격증 취득, 전문가의 의견 구하기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구성된 총 12회차의 수업 프로그램을 적용했으며, 일반적인 중학교의 미술 시수와 같은 45분 주 2회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은 초-중-후기의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초기 4개 회차의 수업에서는 먼저 교사-학생 간 신뢰를 쌓고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의 평온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기표현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중기 5개 회차에서는 현재 사춘기인 학생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적 정서를 직접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표현 대상은 가족, 스스로의 감정과 외부의 학생을 괴롭히는 환경적 요인으로, 상상력을 이용해 시각적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수업의 중반부 회차에서는 학생의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줄이면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에서 여행을 다녀온 후, 그 경험에 대해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수업 그 자체보다는 학생의 시야를 넓히고 방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후기 3개 회차에서는 미술적 성장을 놓치지는 않되 교사의 개입을 줄이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전체 수업 과정에서 표현주의와 야수파를 기본으로 미술 사조에 대한 설명, 역사적 맥락 등의 기초 기식을 충분히 제공한 후 해당 사조에 해당하는 예시작품을 제공하여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의 표현 수준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조언으로 여러 재료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제공했다. 또한 학부모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가정상담으로 빠른 피드백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수업 과정에서 학생의 신체화된 복통 호소가 줄고,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 개선되어 방에서 나오는 빈도가 늘었다. 학부모와의 상담에 의하면 총 12회차의 수업 이후 학생은 학교 결석을 하지 않게 되고 스스로 밥을 먹고 학원을 다니게 되는 등의 가시적 행동 개선이 있었다.
위 수업 결과에서 로웬펠드의 미술교육 철학과 방법론을 더욱 충실히 적용하여 구성한 커리큘럼이 교육에 적용된다면 문제 행동을 보이는 심리적 문제를 가진 학생의 행동을 개선할 수 있고, 그들의 정신적 성장과 태도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