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다양한 경관을 가진 수많은 가로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 가로를 통해 도시를 관찰하며, 가로 경관 속에서 기억에 남는 특징적인 건축물의 파사드로 수많은 가로를 식별하고 구분하며 도시를 이용한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특징적인 건축물의 파사드는 가로변 건축물 중에서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해당 파사드가 표현하고 있는 의미가 주변에 배치된 파사드들의 의미와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특징적인 파사드는 사람들에게 가로를 식별할 수 있는 특징으로써 관찰되고 기억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도시 속 대부분의 상업가로는 특징을 알아볼 수 없는 혼잡한 가로 경관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는 가로변에 나열될 개별 단위의 건축물들이 시각적 돌출만을 강조하는 파사드로 디자인되어 맥락 없이 배열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대 도시 이용자들은 강한 대비가 끊임없이 관찰되는 상업가로의 경관 속에서 기억에 남는 특징을 수월하게 알아볼 수 없기에 수많은 가로를 식별하고 구분해 내기가 어렵다.
이는 가로변에 나열된 파사드 간에 대비 강도(강약)의 변화가 사람들의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며, 개별 건축물의 파사드가 가진 의미가 가로변에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에 따라 가로에 대한 기억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로변 건축물들의 파사드 배열을 통해 기억에 남는 특색 있는 상업가로 경관으로 연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본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수월하게 식별하고 구분해 낼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가로변 건축물의 파사드 배열 방식을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가로변 건축물들의 파사드가 배열되는 방식에 따라 인간의 기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실험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목적 달성을 위해서 가설의 독립 변수에 해당되는 가로변 건축물의 배열 방식을 의미분별척도법으로 정량화하여, 총 3가지 수준(A, B, C type)의 가로변 건축물 파사드 배열로 구성하였다. 배열 방식으로는 강한 의미 대비가 거의 없는 배열 방식(A type), 하나의 강한 의미 대비가 있는 배열 방식(B type), 다수의 강한 의미 대비가 있는 배열 방식(C type)이었다. 이어서 가설의 종속 변수인 인간의 기억을 확인하기 위하여 기억에 대한 개념과 구조를 살펴본 후, 장기기억을 측정할 수 있는 설문지와 기억실험을 제작하였다. 본 연구의 실험가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로변 건축물의 3가지 파사드 배열 방식에 따라 회상 가능성과, 재인 신속성에 모두 차이를 보일 것이다.
둘째, 가로변 건축물들의 파사드 배열 방식이 하나의 의미 대비가 있는 B type일 경우에 인간의 회상기억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다.
셋째, 가로변 건축물들의 파사드 배열 방식이 하나의 의미 대비가 있는 B type일 경우에 인간의 재인기억 가능성과 신속성이 증가할 것이다.
실험 결과, 회상기억과 재인기억에서 3가지 가로변 건축물 배열 방식이 서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배열 방식 별 기억의 차이에서 B type의 배열 방식은 회상 가능성과 재인 신속성이 모두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 실험 연구를 통해, 가로변 건축물의 파사드 배열 방식은 도시 이용자가 가로를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특징을 형성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특히 하나의 강한 의미 대비가 있는 배열 방식일 경우에 가로변 건축물은 뚜렷한 특징을 가지게 되어 사람들에게 수월하게 기억되며, 가로를 식별하고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특색 있는 가로 경관을 연출하려면, 가로변에 나열된 건축물의 파사드 디자인에 대하여 전체적인 통일감을 가지되, 특정 구간에 강한 변화감을 느낄 수 있 수 있는 가로의 맥락을 고려한 배열로 계획할 것을 제안한다.
본 연구는 특색이 사라진 수많은 현대 도시의 상업가로의 회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때 유용하게 활용 가능한 기초자료이다. 가로변 건축물을 구성하는 건축물의 물리적 속성에 집중한 선행연구들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건축물 입면이 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의미라는 비물리적 요소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러한 파사드의 의미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정량화한 다음, 가로변 건축물의 배열을 구성하였다는 점과 해당 내용을 활용하여 실험 연구로 검증하였다는 것에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