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그래픽디자인이 발생시키는 잠재적 서사성을 다룬다. 서사는 이야기와 서사담화로 이루어지는데, 이야기는 일어난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이라면 서사담화는 그것을 구조화하고 시현하거나 발현하는 것을 이른다. 그래픽디자인이 하는 역할은 서사담화에 해당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형식을 고안하고 이야기의 순서를 포함해 글자의 선택, 행간, 주석, 그것들의 배치 등 구조를 만들며 적합한 양식을 씌워 전달한다. 즉, 하나의 이야기도 디자이너에 따라 개별 서사담화로 구성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 역사 속에 있었던 여러 가지 방식을 차용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그래픽디자인의 역사에서 1980년대 이후는 포스트모더니즘 시기로 분류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의 발달, 급격한 사회의 변화는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와는 분명히 다른 시각성을 가진다. 모더니즘의 디자인이 정답을 제시하려는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의 디자인은 그것을 해체하며 자유롭고자 했다. 그와 달리 현재의 디자이너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의 시각적 특성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시공간의 동시성, 비선형성, 가능성을 발생시킨다. 이는 디자인을 경험하는 독자나 관람객을 가르치려 하거나 정답을 제시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허무주의로 치닫지도 않는다. 이에 연구자는 그래픽디자인에서 현재의 시기를 메타모더니즘의 관점으로 새로이 바라보고 그 특성에 기반하여 잠재적 서사성을 발생시키는 디자인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