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국적을 막론하여 개인이 즐길 수 있는 사회적인 활동이자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본 연구는 복합적인 사회변화를 겪은 1980년대의 국내관광 양상을 관광정책과 국내외 대중의 관광경험 양면에서 검토하여 이 시기 사회를 일상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1980년대 관광 대중화는 관광정책 변화를 배경으로 하였다. 정책상 관광주체는 1975년 「관광기본법」 제정으로 도입된 '국민관광'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내국인도 포함하게끔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즉, 1980년대 관광정책은 외화획득에 치중한 이전 시기와 달리 내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국민 모두를 관광주체로 인정한 '국민관광'은 국민화합을 강조하고 바람직한 관광을 유도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당시 정부가 선택한 '자율'에 의한 통치와 부합하는 정책이었다. 이 가운데 1980년대 관광을 경험한 내국인의 비율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도시민을 중심으로 관광문화가 형성되었다. 동시에 서울올림픽 등 메가이벤트에 대비한 외래 관광객 대책이 추진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도 안정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관광주체의 양적 증가는 관광공간 확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부는 교통부장관이 선정하는 지정관광지와 건전한 '국민관광'을 위한 국민관광지를 지정·개발함으로써 대중이 관광할 수 있는 공간을 전국적으로 넓혔다. 이러한 양적 증가와 더불어 관광공간은 관광코스 개발을 통해서 질적으로도 확장되었다. 이처럼 '전 국토의 관광지화'는 한국다움을 체험할 수 있고 관광할 가치가 인정된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특정 관광 대상지를 부각하여 전형적인 관광 패턴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정책적으로 확장 및 전형화된 관광공간에서 국내외 대중이 어떠한 관광을 경험하였는지는 1980년대 창간된 관광잡지 등 대중잡지에 재구성 또는 편집된 상태로 드러났다. 대중은 이 시기 새로 나온 관광잡지(『월간 여행』, 『나그네』, 『월간 여로』)에 만들어진 독자기고란을 통해서 관광과 여행에 관한 경험을 환기하고 다른 독자와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매체공간에서 도시민을 비롯한 대중은 각기 경험한 탈도시 목적의 관광이나 비전형적인 관광을 재구성하고 다른 독자와 공유함으로써 능동적으로 관광을 주도하는 주체가 되었다.
한편 이 시기 또 다른 관광주체인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경험도 일부가 국내 당면과제와 가치관에 맞게 선택적으로 번역되어 국내 대중잡지에 나타났다. 서양인, 식민지 조선의 모습을 아는 일본인, 한국 수학여행을 온 일본 고등학생 등 외국인의 국내 관광경험이 한국에서 편집된 상태로 국내잡지에 소개된 것이다. 이러한 외국인의 관광경험은 내국인에게 자신의 문화를 여러 문화 속에서 상대화하여 자리매김하는 관점, 즉 다문화적 관점을 한정적으로나마 획득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요컨대 1980년대 대중화를 겪은 국내관광은 정책상 관광의 주체와 공간 확대를 배경으로 국내외 대중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대중이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었으며, 내국인이 한국을 상대화하는 일종의 다문화적 관점을 획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이었다. 이러한 1980년대 국내관광의 양상은 1970년대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변화와 1990년대 세계화 시대를 잇는 변화의 과정을 시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