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식민지 시기 한국 문학에 나타난 만주 인식 변화를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만주국 건국 전후로 정치적 변화가 많았던 점에서 만주를 정치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최서해와 강경애의 작품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그동안 최서해와 강경애의 만주(滿洲) 소재 소설에 대한 연구에서 일부 역사적 실상이 두 작가의 작품에 반영되었음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만주를 새로운 정치적인 가능성을 지닌 공간으로 바라보는 두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때, 중국 당대 만주의 정치적이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세밀한 고찰 없이 텍스트만 가지고 분석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특히 최서해 문학에 대한 기존의 평가에서는 그의 소설이 중국인 지주와 조선 소작인 간의 갈등을 민족 갈등으로써 강조하지만,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강경애에 대한 선행 연구에서는 보위단이 조선인들이 만주에서 좌절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인에게 다른 존재 의의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 논문은 심상지리적 관점에서 만주의 정치 및 사회적 상황과 변화에 대한 역사 연구의 성과들을 활용해 최서해 소설에 나타난 조선 이주민들의 만주에 대한 좌절 및 좌절의 원인, 그리고 강경애 소설에 나타난 조선 사회주의자들의 만주에 대한 기대 및 만주의 정치적 갈등에 대한 인식을 고찰하였다.
2장에서는 「脫出記」, 「故國」, 「해돋이」, 「紅焰」, 「異域冤魂」, 「飢餓와 殺戮」, 「도라가는 날」을 중심으로 최서해의 소설에 나타난 근대 만주 공간의 인식을 고찰하였다. 「故國」 속 주인공 운심은 만주를 여러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脫出記」 속 주인공 박군은 만주를 이상촌 건설이 가능한 공간으로, 「해돋이」 속 주인공 만수는 만주를 독립운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들은 만주를 이상적 공동체로 인식하며 만주에 대한 기대를 하였지만, 만주로 이주 후에 만주의 실제 상황이 기대와 다르기 때문에 좌절감을 느낀다. 이러한 기대-좌절의 구조를 통해서 만주 공간을 경험한 최서해의 소설 인물들은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의 주체로 재탄생한다.
이 장에서는 선행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탐구하지 않은 최서해의 소설 「紅焰」, 「異域冤魂」, 「飢餓와 殺戮」, 「도라가는 날」에 나타난 근대 만주 공간의 사회적 상황 및 사회적 변화도 살펴보았다. 「紅焰」과 「異域冤魂」은 당시 만주 사회에서 지주와 소작인 간의 지조(地租) 납부 방식이 실지지조(實地地租)에 속한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지주의 이익만 보호하는 이 제도는 중국인 지주와 조선 소작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飢餓와 殺戮」은 당시 만주에서 삼림의 국유화로 인해 농민이 공유지를 상실한 사회적 변화를 보여준다. 「도라가는 날」에는 당시 만주 사회의 심각한 '마적' 문제가 재현된다.
3장에서는 사회주의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강경애의 「축구전(蹴球戰)」, 「원고료 이백원(原稿料 二百圓)」과 「번뇌(煩惱)」, 만주의 정치 및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소금」, 「채전」, 「모자」, 「어둠」에 나타난 근대 만주 공간의 인식을 고찰하였다. 「축구전」 속 승호와 희숙, 「원고료 이백원」 속 '나'와 남편, 그리고 「번뇌」 속 R은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만주에서 활동하던 점에서 그들에게 만주는 기대가 되는 공간이다. 따라서 그들은 만주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극복하려고 하였다.
이 장에서는 선행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탐구하지 않은 「소금」에 나타난 밀수 문제를 중점으로 고찰하였다. 만주사변 이후 일제는 만주 지역의 세무서를 독차지하고 세금을 몰수하였고, 중국 국내 약한 집사 역량과 조선에 있던 일본 해관들의 부족한 감독력으로 인해 밀수업은 당시 만주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봉염 어머니가 소금 밀수를 하게 된 것은 당시 만주에서 밀수업이 성행했던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봉염 어머니가 있는 용정 지역에서의 밀수 방식은 도보 밀수, 자전거 밀수, 화물선 밀수로 나눌 수 있는데, 그녀는 경제적 결핍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도보 밀수를 선택했던 것이다. 봉염 어머니는 일본 자위단 및 중국 보위단의 억압, 남편과 두 딸을 잃은 아픔과 이외에 소금을 밀수하다 순사들에게 붙잡힌 것 때문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가 밀수하다 붙잡힌 것이 당시 만주 사회에서는 결코 불운이 초래한 드문 사건이 아니고, 개연성이 높은 사건이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소금을 밀수하러 가던 봉염 어머니는 요행 심리를 가졌던 것이 분명하다. 「채전」 속 자본가 왕서방과 그의 큰딸 수방은 만주 공간의 계급적 갈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만주사변 이후 「모자」 속 민족운동에 뛰어들었던 남편 때문에 심리적, 공간적 좌절을 겪던 승호 어머니와 「어둠」 속 일제의 탄압으로 오빠를 잃은 간호사 영실을 통해 만주는 민족 강등이 가득한 공간으로 재현된다.
본 논문은 한국 근대 작가 최서해와 강경애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나타난 만주 인식을 당시 만주의 사회 및 정치적 상황을 통해 고찰하였다. 이와 같은 고찰을 통하여 식민지 시기 한국 문학에 나타난 만주 인식 변화를 밝혀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