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다이어트 오픈채팅방 '다이어트 뿌시기'를 상호작용적 관점에서 관찰하는 디지털 에스노그라피를 통해 자기계발적 삶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을 파악하고 이러한 자기계발을 실천하는 개인이 가진 구성력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본 논문은 '다이어트 뿌시기'가 디지털 미디어 공간이 가진 가상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관계와 라이프스타일을 전략적으로 구성해나가는 '가상-실천공동체'라는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다이어트 실천을 공유하는 다이어트 오픈채팅방 속 구성원들의 다중양식적 상호작용을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이들의 상호작용이 가진 특성은 무엇인지, 이는 이들의 공동체성과 자기계발적 삶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며 가상-실천공동체 내의 개인이 가지는 행위자성을 조명한다.
상호작용 속에서 언어사용이 사회문화적 맥락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구성하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상호작용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다이어트 뿌시기'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해석한 결과, '다이어트 뿌시기'의 구성원들은 오픈채팅방에 명시적인 대화의 규칙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특정한 형태의 다중양식적 실천을 공유하고 있었다. '다이어트 뿌시기'의 상호작용에서는 다이어트 과정과 실천을 표현하는 어휘의 학습, 인증과 격려 또는 고백과 상담이라는 의례적 상호작용, 겸손하고 유머러스한 말하기, 이모티콘과 공감 스티커, 모호한 말단계를 사용한 적당한 거리 유지, 사진과 동영상 등 다양한 양식들을 활용한 다이어트 실천과 일상의 전시라는 사회언어적 실천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다중양식적 상호작용은 다이어터로서 '다이어트 뿌시기'의 구성원들이 가지는 특정한 성격의 체면을 유지시키며 비경쟁적인 다이어트의 실천이 가능하게 하는 한편, 다이어터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가상적 공동체성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다이어트 뿌시기'의 다중양식적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공동체적 관계의 특징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감을 유지하는 '익명의 친밀감'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비(非)공현존성, 프로필성, 토픽 중심 네트워크라는 '다이어트 뿌시기'의 상호작용 환경이 가진 가상성을 바탕으로 구성된 '익명의 친밀감'이라는 전략적 관계는 이들이 정서적인 지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서도 가족과 친구와 같은 현실 세계의 전통적인 친밀함의 공동체가 주는 역할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한편 가상성에 기반한 이들의 전략적 공동체성은 이들이 실천하는 자기계발로서의 다이어트 실천 모습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이어트 뿌시기'의 구성원들은 강력한 기대에 예속되지 않는 모르는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지 않았음을 고백하고 이에 대한 위로와 긍정을 받으며, 지속되어야 하지만 언제나 치열하게 하지는 않아도 되는 라이프스타일로서 '느슨한 다이어트'라는 자기계발의 형태를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공동체적 상호작용과 가상성을 자원으로 하여 사회적 관계와 라이프스타일을 전략적으로 구성하는 가상-실천공동체로서 자기계발 공동체를 바라볼 때, 그 안에 속한 개인은 기존의 논의가 자기계발의 주체를 무기력하고 타협적인 존재로 바라본 것과 달리 적극적인 행위자성을 지닌 존재가 된다.
자기계발을 둘러싼 공동체적 관계와 삶의 양식이 만들어지는 사회언어적 과정에 주목한 본 논문은 자기계발의 주체를 소극적인 신자유주의적 존재로 바라본 기존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들이 가진 구성력을 강조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상에서 가상성이라는 자원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실천을 수행하는 가상-실천공동체 속의 개인을 조명한 본 논문은, 디지털 미디어 상의 공동체가 가진 사회문화적 가능성을 보여주며 디지털 미디어 공간을 다루는 사회언어학적 경험연구의 필요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