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Jack London)의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은 그의 생애나 초기작들에 비해 학문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과학 소설에 나타난 사회 비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과 기후 위기가 닥친 2020년대에, 생물학적, 사회적 재앙을 예측한 『진홍빛 역병』(The Scarlet Plague)은 해외에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또한, 형벌 제도의 부당함과 종교의 오용을 지적한 『별 유랑자』(The Star Rover)는 재평가될 가치가 충분하다.
런던의 과학 소설에 나타난 사회 비판은 그가 경험하고 목격한 사회 문제에서 비롯된다. 런던은 『밑바닥 사람들』(The People of the Abyss)에서 부의 불평등한 분배, 가속화되는 계급 격차, 인구의 과밀화에 따른 문제,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묵인하는 종교를 비판한다. 그리고 『길』(The Road)에서는 교도소에 수용되었을 당시에 목격한 형벌 제도의 부조리한 측면을 고발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이 자전적 작품에서 지적된 요소들은 『진홍빛 역병』에서 전염병의 원인들로 제시되며, 『별 유랑자』에서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서술된다.
『진홍빛 역병』은 미래 사회의 설정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대부호들이 정치 체제를 장악하고 소수의 지배 계층이 다수의 하층민을 노예로 부리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계급 격차와 불평등이 만연한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전염병이 닥친 후, 이 불합리한 구조는 사회의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또한, 진홍빛 역병은 인간에게는 생물학적 재앙이지만, 생태학적 측면에서는 환경을 지나치게 파괴한 인간에 대한 지구의 면역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홍빛 역병이 사회적, 문화적 재앙으로 확장된 이유는 인구의 과도한 증가, 과도한 밀집, 그리고 풍부한 음식을 차지하기 위한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다.
『별 유랑자』는 죄수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와 간수들의 비인간적인 고문을 묘사하여 형벌 제도의 부조리를 지적한다. 서술자는 풍자적인 어조로 사형 제도와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에 맞선다. 그와 동시에 런던은 모든 인간에게 잠재된 기억을 통해 타인의 생애를 체험하는 별 유랑(star roving)을 이용해 다양한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린다. 런던은 이 여정 속에서 종교관이 다른 자들을 차별하고 종교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기독교도들을 비판한다.
런던은 『진홍빛 역병』에서 인종과 지위에 무관한 평등한 사회를 제시하는 한편, 『별 유랑자』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삶을 향한 의지와 보편적 사랑을 간직하는 개인을 이상적인 존재로 설정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당대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진홍빛 역병』은 코로나19의 예언서이자, 초기 형태의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로 재평가될 가치가 있으며, 『별 유랑자』는 사형 제도에 대한 논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대체 역사 소설로 연구될 수 있다. 런던의 과학 소설은 근대 사회를 진지하거나 해학적인 어조로 비판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