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그리고 삶의 질을 구성하는 주관적 웰빙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연구를 위해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의 시각장애인복지관을 포함한 장애인지역사회 재활시설 및 해당 지역 시각장애인단체의 활동경험이 있는 등록 성인시각장애인 400명을 대상으로 신체 기능과 구조, 활동과 참여, 장애수용, 외로움, 희망감, 환경, 삶의 질, 일반적인 사항을 설문 조사하였다. 연구 모형은 ICF1)에 기반하여 설정하였다. 연구 방법은 당사자의 삶의 질과 주관적 웰빙에 관한 주요 요인들을 위계적 회귀분석방법을 활용하여 어떤 변수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먼저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의 지역 간 차이를 검증한 뒤, 해당 변수를 5단계로 구분하여 투입하였으며, 1단계는 인구사회학적 요인, 2단계는 개인 신체 요인, 3단계는 개인 심리 요인, 4단계는 환경 요인, 마지막 5단계는 활동과 참여 측면의 설명변수를 구분하여 투입하였다.
연구 결과 장애정도와 외로움은 서울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대인관계, 사회적 태도 및 총체적 건강은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의 대인관계 및 사회적 태도가 타 지역에 거주 중인 시각장애인보다 낮다는 결과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외로움에 차이를 발생시켰다고 추측한다. 위계적 회귀분석결과, 1단계에서는 나이가 적을수록, 학력과 가계수입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과 가계수입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이는 높은 교육 수준이 가계수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경제적 여유는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에 도출된 결과로 추측된다. 개인 신체 요인이 추가된 2단계에서는 가계수입을 제외한 모든 인구사회학적 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변화하였고, 추가로 투입된 건강상태가 높은 설명력을 보였다. 건강에 대한 의미가 신체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로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신체와 정신적 안녕감을 포함하는 긍정적 개념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건강상태는 삶의 질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예측 요인으로 판단된다.
개인 심리 요인이 추가로 투입된 3단계 모형에서는 인구사회학적 변인은 삶의 질에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고 개인 신체 및 심리요인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로움이 삶의 질에 가장 큰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는 외로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부정정서로 인한 결과로 추측된다. 환경요인이 차례로 투입했던 4단계 모형과 활동과 참여 요인을 투입한 5단계 최종모형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인구사회학적 변인 중 학력, 개인 신체 요인 중 건강상태 요인, 개인 심리 상태 요인 중 심리상태, 장애수용, 외로움이 삶의 질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환경요인에서는 사회적 태도를 제외한 모든 요인이 삶의 질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영향을 미쳤으며, 활동과 참여에서는 가정생활 요인이 부적(-)영향을 미쳤다. 특히 환경요인이 비교적 큰 영향력을 보였으며, 구체적으로 지지적 관계, 가족태도, 서비스 정책이 삶의 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변수로 나타났다. 가족태도와 지지적 관계는 공통적으로 사회적 지지와 연관이 있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첫째, 특별시와 광역시 등 지역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의 서비스 편차를 줄이고 지역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 서비스 양이 부족한 지역에는 서비스 확대와 정보제공을 중심으로 한 복지서비스 재편이 필요하며, 도시지역의 시각장애인에게는 삶의 형태와 생활 방식들을 고려하여 외로움에 대한 심리적인 지원과 서비스 연계를 중심으로 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교육복지서비스 정보제공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원스톱 통합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연구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가족 대부분이 시각장애인이었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제한적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정보의 제한은 필연적으로 삶의 제한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적재적소의 맞춤형서비스와 정보제공은 필수이다. 이를 위해 파편적 정보들을 필요한 시기에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과 서비스기관이 필요하다.
셋째, 시각장애인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환경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활동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시각장애인은 실명 시점부터 시각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새로운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대처가 어렵고 신체적 심리적 위험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인 편의시설과 이동지원과 이에 수반된 인적 서비스 지원이 절실하다.
넷째, 시각장애인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목적으로 다양한 직업선택이 가능한 정책개발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 관련기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범 정부를 중심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다양한 직종 개발 및 지원 정책 마련, 보호직종 마련 및 강화나 보호직종 추가지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확대나 유사한 건강보험의 건강장기요양보험료처럼 건강장애인요양보험료 제도 도입 및 시행을 통해 장애판정 이후 연금과 같은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정서적 지지프로그램의 유연화와 가족 내 역할수행을 위한 대안서비스 마련이 필요하다.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장애수용에 대한 심리지원과 정보제공 등 서비스 수행 방법은 유연성을 가져야 하고 가족 내 역할 수행을 위한 사소하지만 필요한 창의적인 대안서비스나 지원제도 마련이 되어야 한다.
여섯째, 시각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지지적 관계망 확대를 위한 일상적 관계 중심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사회적 지지는 대인관계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자원으로 개인의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자원을 의미한다. 시각의 손상으로 위축된 대인관계와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삶의 영역의 다양한 관계 중심 기반을 확대하는 서비스 연계가 필요하다.
일곱째, 시각장애인의 장애 상태와 심신의 건강 상태 등 총체적 건강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관리하여 복지서비스와 연결하는 체계적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장애 상태와 심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 보행훈련, 식생활습관 개선, 정신건강 관리, 보호자 교육 등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과 이를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비롯한 복지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작동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한계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첫째, 본 연구는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6개 광역시에 거주하는 일부 장애 수용을 거친 등록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에 시설을 이용하지 않거나 장애수용이 되지 않은 시각장애인과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과 주관적 웰빙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지 못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지역을 다양화하여 시각장애인의 삶의 만족도와 웰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과 각 집단의 특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검증함으로써 실증적인 다양한 지원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둘째, 본 연구 참여자들은 장애수용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시각장애인이었으나 후속연구에서는 실재 중도실명으로 인해 삶의 질이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 이들을 대상으로한 질적 연구를 통해 중도실명시각장애인이 일상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요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횡단자료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과 주관적 웰빙에 관해 살펴본 것으로 시각장애인의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개인 신체·심리요인, 환경요인, 활동과 참여 등과 외로움, 희망감 간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종단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각 변인 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