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의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에 관한 법적 논의는 발행시장을 제외한 제도권 수용이라는 전제 아래 유통시장에서의 이용자 보호에 한정되어 있다. 물론 가상자산이 국경을 넘어 거래되기 때문에 단독적 규율체계로 규제 차익이나 투자자 손해 등 다양한 문제를 감안해 국제적 정합성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그 논의를 확대할 필요는 없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은 암호화된 전자정보로, 상태전이 시스템인 블록체인에 기초하여 배타적 지배가능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데이터가 새로운 상태로 전이되면 기존 상태는 접근이 불가하고 내역이 삭제된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배타적 지배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을 일반 데이터 이상으로 취급할 필요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탈중앙화로 인해 권리관계의 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중앙화를 정량화하는 기술적 기준을 통하여 충분히 탈중앙화된 가상자산만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구분하여 그 법적 성질을 규명할 수 있다.
주요국의 입법 동향은 대체로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생산된 분산원장을 전자장부로 확정하고, 가상자산을 기능별로 유형화하여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규율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가상자산이 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거래소를 주요 규율 대상으로 삼아 가상시장의 안정적인 제도권화를 도모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민사법적 성격이 규명되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이 민법상 물건이라고 할 수 없다. 가상자산은 유체성과 배타적 지배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상자산에 대한 소유권도 인정하기 어렵다. 당사자 지위의 확정이나 네크워크 상 책임재산의 존부나 중앙통제기관이 없다는 점 등에서 채권성도 인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가상자산은 재산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써 유통되는바, 이를 보유 및 거래하는 이용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가상자산 발행은 주식발행과 같은 자금조달 방식보다 쉽고 법적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며 법적 공시방안도 부재하여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급수단으로서 가상자산은 보편적 수용가능성이 없고, 법정화폐의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거래의 최종 종결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가상자산은 민법상 물건도 채권도 아니면서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므로, 법원의 집행실무나 다른 법률과의 정합성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민사집행법상 '그 밖의 재산권'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만 가상자산은 실질적 거래대상이 개인키이므로 개인이 관리하는 가상자산은 채무자의 임의처분 시도를 제한하고 압류단계에서 가상자산을 집행관의 지갑으로 이전받을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이 요구된다. 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용자로부터 위탁한 분량의 가상자산을 자체 전자지갑에 보관하고 그 개인키를 관리하기에 이에 대한 가상자산반환청구권이 집행의 목적물이 된다. 다만 이용자와의 계약에 기초한 가상자산반환청구권은 채권이 아니라 '그 밖의 재산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현재 당면한 입법론적 과제를 풀 단초로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 및 준별이 필요하며, 이는 탈중앙화를 개량화하는 기술적 기준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가상자산이 전통적인 규제에 순응하여 구축된 증권, 화폐 등과는 달라 규제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특별법 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