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의 생산, 사용 및 폐기량 증가로 인해 인위적인 화학물질 오염과 그 악영향이 인류와 생태계의 주요 환경 위해인자로 부상하고 있다. 유전자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서 후생유전학의 역할이 밝혀진 이후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독성 및 질환 기전에 대한 환경 후생유전학적 연구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특히 세포 분열 후에도 유지되는 후생유전적 변이는 환경독성물질에 의한 만성 및 세대전이 영향과 질병 감수성 차이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생태독성에 대한 후생유전학 연구는 인체독성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후생유전학적 지표를 화학물질위해성평가에 통합하는데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생태유해성평가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주요 과제들은 (1) 개체 및 개체군 수준의 세대전이 영향과 후생유전적 변이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연구의 부족, (2) 후생유전학적 변화와 화학물질 노출 사이의 용량-반응 평가를 통한 정량적 독성 정보의 부족, (3) 환경적으로 유의미한 화학물질 농도에서의 후생유전학적 평가 수행의 필요, (4) 다양한 생태 종에 대한 후생유전학적 지표의 확장성에 대한 검증의 필요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점을 제공하고자 본 논문은 선충, 물벼룩, 어류를 포함한 다중 생물 모델을 사용하여 환경 화학물질 독성 기전에서 후생유전학적 변화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생태 위해성 평가에 대한 후생유전학적 지표의 적용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체계적인 문헌 검토를 통해 화학물질의 생태독성과 후생유전학적 변형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각 모델 생물의 실험적, 생물학적, 생태학적 이점을 고려하여 다양한 노출 시나리오에서 환경화학물질에 대한 후생유전학적 변형을 조사하였다. 마지막으로 주요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생태독성학적 위해성 평가에 대한 후생유전학적 지표의 적용가능성을 논의하고 그에 관련된 실험적 전략 및 접근법을 제안하였다.
2 장의 문헌 분석에서는 생태독성 평가를 위한 민감하고 효율적인 지표로써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후생유전학적 변화와 개체 수준 표현형 사이의 인과성과 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후생유전학적 반응 민감도를 고려한 결정 기준을 세우고 평가에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특정 화학물질 (예: bisphenols, benzo[a]pyrene) 노출에 의해 상위 수준의 생물학적 종말점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식, 신경 발달, 배아 발달에 관련된 독성 종말점과 직·간접적인 인과관계를 나타냈다. 그러나 여전히 직접적인 인과관계, 후생유전학적 세대전이와 그로 인한 표현형 가소성을 조사한 생태독성 연구는 부족했다. 본 문헌 분석을 통해 생태 모델 생물에서 후생유전적으로 조절될 수 있는 생물학적 종말점을 파악하였고, 후생유전적 영향을 유의미하게 관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노출 시나리오 설계 및 평가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여 통일된 형식의 실험적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 장은 예쁜꼬마선충 (Caenorhabditis elegans) 모델을 이용하여 환경에 만연한 화학 첨가제의 독성 발현에서 히스톤 변형 지표 (H3K9me3, H3K27me3)의 역할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트리클로산 (이하 TCS) 및 테트라브로모비스페놀 A (이하 TBBPA) 노출과 생화학적, 전사적, 개체 수준 종말점 간의 용량-반응 특성을 조사하고, H3K27 특이적 히스톤 메틸화 효소 억제제 (GSK343)를 활용하여 생식 독성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규명하였다. 효소 억제제와 독성출발점 (Point of departure, 이하 POD) 비교 분석을 결합한 평가 접근법은 독성발현경로 (Adverse outcome pathway, 이하 AOP) 개발에 중요한 고려사항인 핵심 사건의 필수성과 경험적 증거를 반영한 AOP 를 구성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본 연구는 최종적으로 '히스톤 탈메틸화 효소 활성 감소'와 '히스톤 메틸화 효소 활성 증가'를 TCS 와 TBBPA 의 생식독성 AOP 의 분자개시사건(Molecular initiating events, 이하 MIEs)으로 제시하며 효소 단백질 서열 및 기능이 유사한 다른 생태 모델종으로 MIE 의 적용가능성을 확장하였다. 이는 히스톤 변형 효소 활성 장애가 화학물질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후생유전학적 종말점이며 분자적으로 유사한 생물종에 대한 민감성을 추정하는데 높은 유용성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4 장은 다양한 산업 용도로 사용되고 수계에서 검출되고 있는 살생물제 CMIT/MIT 의 독성 영향과 후생유전학적 지표의 연관성을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물벼룩 (Daphnia magna; Daphnia pulex) 모델을 사용하여 연구하였다. 표현형 및 단백체 분석을 포함한 다면적 평가를 통해 다세대 영향 및 종간/내 민감도 차이에서 후생유전적 기전의 잠재적 역할을 탐색하였다. CMIT/MIT 의 다세대 영향 관찰은 세대별 표현형 반응 패턴이 노출 이력에 따라 상이하며 이러한 변화에 유전독성 및 후생유전적 지표 변이가 연관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다른 환경에서 배양되어 온 물벼룩 개체군에 대한 연구는 CMIT/MIT 노출에 대한 종내 민감도 차이가 종간 민감도 차이를 초과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연구는 관찰된 표현형 및 민감도의 차이와 관련된 단백질과 생물학적 경로를 확인하였으며, 특정 단백질 (예: S-아데노실메티오닌 합성효소, 글루타티온 S-전이효소, 큐티클 단백질)의 하향 조절과 DNA 메틸화 감소를 이소티아졸리논 살생물제 독성 AOP 의 핵심사건 (Key events, 이하 KEs)으로 제시한다. 두 물벼룩 연구는 유전적 및 후생유전적 요인 모두 세대전이 영향과 화학물질에 대한 민감성 차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화학물질에 대한 생태적 위해성평가 프레임워크에서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5 장은 고도로 오염된 미국 슈퍼펀드 지역에서 진화한 킬리피쉬 (Fundulus heteroclitus) 모델의 화학물질 내성에 후생유전적 및 대사 조절이 관여하는지를 목표로 하였다. 폴리염화비페닐 (PCB)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화학물질로 오염된 미국 동부 슈퍼펀드 지역인 뉴베드퍼드 항구 (New Bedford Harbor, 이하 NBH)의 어류 개체군과 인근의 오염되지 않은 스코튼 강 (Scorton Creek, 이하 SC)의 어류 개체군 간의 DNA 메틸화 및 대사체 수준의 차이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NBH 개체군의 간 조직 특이적인 DNA 저메틸화와 SC 개체군과 차별적인 대사체 수준이 확인되었다. 최종적으로 이 연구는 차별 대사체에 의해 수렴된 대사 경로(예: 요소 순환, 글루타티온 대사)와 DNA 메틸화 간의 크로스톡(Crosstalk)이 화학 오염에 대한 적응 기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선충, 물벼룩, 어류 생물 모델을 이용하여 환경화학물질의 독성과 후생유전학적 지표 변화의 연관성을 탐구하였다. 후생유전적 지표는 화학물질 노출에 반응하여 유전자 전사 및 표현형을 조절할 수 있고 세대전이 영향에 기여할 수 있다. 후생유전학적 기전을 조절하는 효소의 활성 교란은 화학물질 노출의 민감한 초기지표로 활용될 수 있으며, DNA 메틸화 및 히스톤 변형에 영향을 주어 궁극적으로 표현형 변화와 독성을 야기하는 MIE 로 제시될 수 있다. 환경후생유전학에서 여러 연구적 과제들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화학물질의 중장기적 영향과 후생유전학적 변이 간의 높은 상관성 때문에 이러한 지표를 위해성평가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생태 독성 평가 방법과 결합한 합리적이고 유의미한 후생유전독성 평가 방법론이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전향적 및 후향적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측면에서 그에 관련된 전략과 고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