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작곡가 박정양의 피아노 변주곡 〈아리랑〉에 나타난 음악적 특징과 어법을 분석하여 이 작품을 연주하고자 하는 연주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이론적 배경으로 한국의 '아리랑'을 활용한 작품들과 한국 창작음악 작곡가의 대표적인 창작기법을 고찰하였다. 이어서 박정양의 생애와 작품세계, 작품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피아노 변주곡 〈아리랑〉를 분석하였다. 박정양의 피아노 변주곡 〈아리랑〉에는 곡 전반에 걸쳐 잦은 전조와 변박, 한배형식 장단변화, 반음계적 진행, 불규칙적 강세와 선율의 변주가 사용되었다. 피아노 주법으로는 양손으로 나누어 치는 빠른 음계 음형, 장식음과 트레몰로, 화음군의 선율적 사용, 피아노 악기의 넓은 음역 활용, 클러스터 등이 다양하게 사용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강렬한 화음군을 이용한 장단의 표현은 피아노의 타악기적인 면모를 잘 드러냈다. 이 작품은 작곡가 박정양이 추구해온 한국적 소재를 재해석하고 한국음악과 서양음악 융합방식의 미학을 잘 드러낸 곡이다.
20세기 초기에 서양음악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오늘날까지 한국민요의 음악적 소재를 사용한 창작 음악 작품이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 주목하는 바는 기존의 아리랑을 비롯한 민요를 차용한 곡들이 단순히 민요 선율을 삽입하고 인용한 데 비해 작곡가 박정양은 피아노 변주곡이라는 양식을 통해 오랜 세월 축적된 서양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고유 기법을 활용하고, 보편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민요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꾀하면서 아리랑 선율의 여러 변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현대 창작음악사에 중요한 전례가 될 것이다. 이런 점이 아리랑이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지역성과 확장성을 토대로 한 이유기도 하다.
본 연구가 한국민요의 재창작에 있어서 한국음악의 고유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창작 음악을 작곡하는 방법들이 제시되길 바라고, 한국 또는 동아시아의 민요나 전통음악의 서양악기를 위한 작품 창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전통음악을 재료로 음악을 창작하고자 하는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다양하게 활용되길 바라는 바이다. 작곡가 박정양의 피아노 변주곡 〈아리랑〉은 12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열린 결말로 되어있다. 한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지속되는 한 피아노 변주곡 〈아리랑〉은 계속 새로운 번호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