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20세기 미국의 공상과학소설작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를 포스트휴먼 읽기를 통해 소설의 주인공 릭 데커드(Rick Deckard)를 중심으로 하는 독해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서사 속 특이점을 발견하고, 소설 속 포스트휴먼적 인물을 재발견한다. 딕은 소설의 주인공 데커드를 통해 기술의 발전, 기후환경의 변화, 인공지능의 등장과 같은 포스트휴먼적 조건 속에서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특히, 인간과 지능과 외형이 거의 흡사한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유일무이한 이성적 존재'로 여겨졌던 인간의 자리를 위협한다. 본 논문의 제1장에서는 먼저, 딕이 새롭게 제시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공감(empathy)'이 어떻게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지 살펴보았다. 데커드의 하루 간의 여정은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명확히 구분해왔던 이성을 대체할 '공감의 신화'를 구축하고, 인간중심주의적 가치를 내재한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데커드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서사에 특이점이 있다는 것이 발견된다. 본 논문에서 말하는 서사적 특이성(Narrative Peculiarity)이란, 앞 뒤가 맞지 않는 전개(설정 오류), 인물의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 불충분한 배경 설명, 인물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퇴장 등, 주어진 텍스트 내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서사를 이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데커드의 아내인 아이란 데커드, 현상금 사냥꾼 동료 필 레쉬, J.R. 이시도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과 안드로이드에게서 이러한 서사적 특이성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서사적 특이성은 데커드의 인본주의적 주체(humanist subject)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에 집중하여, 데커드의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 찾기가 어떻게 소외되는 인물들을 만들어내는지 분석한다. 본 논문의 제2장에서는 소외된 인물들 중 비인간(non-human)들이 어떻게 포스트휴먼적인지를 밝힌다. 비인간의 정의는 문자 그대로 동식물과 무생물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 인간 이하로 규정되어 인간-아닌 상태에 머무르는 존재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비인간은 이시도어와 안드로이드들이다. 그러나, 모든 비인간을 포스트휴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때, 포스트휴먼의 정의는 포스트휴먼 이론가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의 조에(Zoe)를 사용한다. 조에는 젠더, 인종, 식민주의와 같이 지난 인본주의 시대의 이분법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횡단적 힘(transversal force)을 가진 비인간적 존재들을 말한다. 이 횡단적인 힘은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리거나 적어도 흐릿하게 만들어 기존의 권력관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시도어는 비인간이지만 포스트휴먼/조에가 아니다. 이시도어는 비인간을 향한 확장된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어 포스트휴먼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에 갇혀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이분법적 위계 구조를 무너뜨리거나 혼란시키기 보다는 그 구조 안에서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레이첼, 루바, 그리고 프리스 이 세 명의 여성 안드로이드들은 소설 속에서 각각 성차별, 외국인 혐오, 가부장제라는 이분법적 위계 구조를 전복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탈인간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세 명의 여성 안드로이드의 전복성에 주목하여, 그들을 포스트휴먼적 인물로 재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