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자는 심해 열수분출공에 서식하는 갑각류의 외골격이 비생물 및 생물 요인의 영향을 받아 타 서식처의 갑각류 외골격과 다르게 진화한 특성을 밝히기 위해 다음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심해 열수공에 서식하는 장님게(Austinograea sp.)와 연안 민꽃게(Charybdis japonica)의 외골격 특성을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열수종은 연안종에 비해 경도가 높은 외골격을 가지며, 이는 유기물로 형성된 최외표피층에 포함된 다량의 황과 알루미늄에 기인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열수종은 연안종에 비해 열 안정성이 높은 외골격을 가지며, 외골격에 포함되지 않은 색소성분인 아스타잔틴(Astaxanthin), 미량의 휘발성물질, 다량의 탄산칼슘에 기인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심해 열수공 갑각류의 온도와 압력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갖는 외골격이 수렴진화의 증거인지 확인하기 위해 두 종의 열수 갑각류(장님게, 새우붙이: Munidopsis lauensis)와 네 종의 연안 갑각류(민꽃게, Portunus trituberculatus, Elassochirus cavimanus, Oratosquilla oratoria)의 외골격 특성을 비교 분석하였다. 흥미롭게도 열수종이 연안종에 비해 높은 외골격 열 안정성을 갖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열수종의 외골격에 부재하는 색소화합물과 미량의 휘발성물질, 다량의 탄산칼슘의 영향으로 추정하였다. 유전거리가 먼 두 종의 열수 갑각류가 내열성을 지니도록 수렴진화한 증거를 확인하였다.
압력이 유사한 심해와 열수공에 각각 서식하는 Munidopsis 속 갑각류 9 종과 연안종 1 종과 외골격 특성을 비교 분석하여 서식처 온도가 외골격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심해종과 열수종의 외골격 열 안정성은 차이가 없었으나, 연안종에 비해서는 모두 열 안정성이 우수했다. 이 역시 외골격에 포함되지 않은 색소성분과 소량의 휘발성 물질, 다량의 탄산칼슘에 기인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심해 및 열수종의 외골격 열 안정성에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는 이유는 Munidopsis 의 사전적응(preadaptation)의 결과 또는 열수 조상형으로부터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 및 사냥 활동을 위해 연안에 서식하는 십각류에서 흔히 관찰되는 두흉갑 대비 강화된 집게발 특성이 열수종(장님게, 새우붙이)에서도 관찰되는지 조사하였다. 이 특성이 특정 분류군에 국한되지 않음을 확인하기 위해, 각 서식지 별로 단미하목과 집게하목에서 각각 한 종을 선택하여 서식지 차이에 따른 비교 연구를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열수종에서는 연안종과 달리 두흉갑에 비해 경도가 높은 집게발을 관찰할 수 없었다. 각 하목에서 기계학적 특성을 조절하는 기작이 달랐으며, 단미하목은 Bouligand structure 의 밀도를, 집게하목은 외골격의 마그네슘함량을 조절하였다. 이를 통해 열수공의 생물학적 요인이 갑각류 외골격의 두흉갑과 집게발 경도의 손익균형(trade-off)에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하였다.
결과를 종합해 보면 심해 열수분출공 갑각류의 외골격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했을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