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를 통해 중년기 어머니와 청년기 딸이 각자의 인생에서 맞게 되는 발달적 전환기에 자신의 발달 과업을 수행하고 서로의 발달 과업을 촉진하여 동시적 개별화를 이루는 과정과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모녀의 동시적 개별화를 위한 문학치료 과정은 이야기만들기 방법에 따라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관계에서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어머니와 딸 한 쌍을 선정하여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주 1회, 전체 16회기의 문학치료 상담을 진행하였다. 비구조화방식의 상담으로 참여자 이해를 기반으로 한 설화를 구연한 후 참여자의 '마음에 들도록 다시쓰기' 하는 문학치료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은 서로가 쓴 허구 서사를 함께 읽으면서 서로가 쓴 이야기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탐색하였다. 두 참여자가 서로 원 설화와 다르게 바꾼 의도와 이유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서사의 특성을 발견하고 이를 서로의 삶과 연관 지으면서 자기이해와 타인이해, 자기수용과 타인수용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문학치료 실행 과정에 따른 모녀의 동시적 개별화 과정은 3단계로 정리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서사 안에서 마음껏 감정을 표현하면서 서로에 대한 기대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응원하며 각자의 개별화를 이루는 단계이다.
모녀가 함께하는 문학치료 과정은 서로가 쓴 서사 안에서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쓴 서사를 통해 자기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상대가 쓴 서사에서 상대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가족 안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갈등하던 두 사람은 서사 안에서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발견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현실의 삶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서의 변화는 참여자들이 창작한 허구서사를 통해 개별화로서의 의미로 정의될 수 있었다. 어머니의 개별화가 드러나는 서사적 특징은 '엄마에서 다시 '나' ' 이다. 어머니의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통제하려는 엄마에서 숙명처럼 받아들여야했던 희생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스로 살아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딸의 서사에 자극을 받은 어머니는 딸과의 건강한 분리를 수용하고 자신을 돌보는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4차 개별화로의 이행을 보여주었다. 딸의 서사적 특징은 '집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다'로 의미화 되었다. 딸의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무섭게 쫓아오는 호랑이로부터 안간힘을 쓰며 달아나는 모습에서 조력자를 얻어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으로 변화하였다. 딸은 자신이 쓴 서사의 주인공처럼 스스로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는 것으로 개별화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의 동시적 개별화에 기여하는 문학치료적 요소는 첫째, 안전한 표현 공간과 둘째, 대상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수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딸은 서사 안에서 일방적이고 통제적인 부모를 마음껏 비난하고 벌을 주면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 후 부모의 인간적 한계를 수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어머니는 서사 안에 드러난 자신의 모습과 딸의 모습을 대상화하여 보게 됨으로써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서로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갈등 관계 안에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경험하던 두 사람은 서사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그동안 표현할 수 없었던 부정적 감정을 서사 속 인물이 되어 안전하게 표현하고 서로를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상호 이해와 수용을 통한 동시적 개별화를 이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