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대한민국의 MZ세대 청년에 해당하는 연구자가 문학치료 전공 대학원생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와의 융합에서 벗어나 분화로 나아갈 수 있었던 과정을 의미화하여 담은 자문화기술지다. 문학치료 전공 과정에 재학하면서 생성한 자료와 과거의 자전적 자료 및 자기성찰 자료를 토대로 의미를 분석한 결과, 연구자의 자기분화 경험은 다음의 5개 범주로 의미화되었다.
'문학치료와의 만남', '새롭게 이해되는 과거와 현재의 어려움', '쉽게 놓을 수 없는 부정적 감정의 응어리', '새로운 경험을 통한 정체성의 변화'가 그에 해당한다. 위의 5개 범주는 연구자가 분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하고, 정서적 어려움의 책임을 부모에게 귀인하려 하다가, 객관적 사고를 유지하는 노력을 거쳐, 끊임없이 누군가를 탓하고 싶었던 과거의 어려움에 대해 그것을 부모와 연구자 사이의 체계에서 일어난,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노력과 시도들로 볼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 같은 양상은 분화 수준의 향상이 타인의 관점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할 필요 없이 충분히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며, 중요한 대상들과 정서적 접촉을 유지하면서도 그 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보웬의 주장과 일치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 문화적 맥락에 의거해 확장하여 논의하고자 시도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한민국의 MZ세대 청년들은 국가적인 성장과 동반해 커다란 성취를 이룬 부모 세대를 두고 있으므로 부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성취를 미약하게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거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부모를 더욱 크고 강력하게 경험할 가능성을 지닌다.
둘째, 가족의 범위가 핵가족으로 축소되고 자녀의 교육을 위한 투자가 확대, 집중됨으로써 MZ세대 청년들은 가족 내의 기대와 불안이 자신에게로 집약되는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로 인한 정서적 결과를 직접 경험하고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셋째,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능력주의적 신념은 객관적 관점에서의 사고와 판단을 방해하며 MZ세대 청년이 경험하는 주관적 심리적 고통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신념은 또한 MZ세대의 부모가 통제적이고 권위적인, 융합 관계 속에서 과대기능하는 부모가 될 위험성을 높인다.
이어서 연구자 경험으로부터 추출한 사회 문화적 의미에 의거해 MZ세대 청년들이 융합에 취약할 수 있음을 논하고, 그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이 부모와의 융합 및 자기분화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또한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미분화로 인해 기능이 축소된 청년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심리 지원 서비스의 다양화가 필요함을 제언했다.
한편 그 과정에서 문학치료 방법 중 설화 '다시쓰기'는 연구자의 가족 내 정서 체계를 서사의 형태로 얻어 낼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인지하지 못 하고 있던 자기분화 수준을 대상화하여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서사 속에서 펼쳐진 가상의 상황에 기반해 보다 분화한 존재로서 행동을 연습하고 가정해 볼 수 있는 적극적 상상의 공간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