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에 의해 주창된 개념으로, 'heteros(다른)'와 'topos(장소)'를 결합한 신조어이다. 이 세상에 분명 존재하지만, 다소 생경하고 무언가 조화롭지 못한 공간, 즉, '정상성'을 벗어난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유토피아가 '반공간(counter-space)'의 개념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속해 있는 각종 사회의 경계와 배치 양상, 그리고 그것이 낳은 상상과 합리성, 나아가 가능성을 초월한 공간이다. 이는 절대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온갖 장소들 가운데 자기 이외의 다른 장소들에 맞서 모두를 중화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생겨난 바깥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시·공간을 초월하고 존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존의 틀에 박힌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여 본연의 의미를 전도시킬 수 있는 열린 개념의 공간이다.
연구자가 헤테로토피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본인에게 찾아온 감당할 수 없는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 하던 중, 존재의 의미를 찾아 해결책을 강구하려던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그 시기에 연구자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슬픔에서 잠시나마 괴로움을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창작 활동이라는 것을 체화(體化)로 알게 되었고, 미셸 푸코가 주창한 '헤테로토피아'의 개념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와 유레카(Eureka)가 되어 완전히 다른 생각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내 작품으로 구현된 공간 속에서 현실적으로 서로 헤어져 있는 우리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라는 새로운 발상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기에 충분히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이에 연구자가 직접 참여한 작품 제작을 통해 화면에 구현된 공간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유토피아 즉, 헤테로토피아를 제시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치유를 경험하는 정신적 부가수확을 얻고자 한다. 푸코가 설명했듯이, 인간은 어떤 그룹이든 실제로 살고, 일하고, 점유하고 있는 공간 안에서 '유토피아적 장소들(utopian places)'을 구획하고, 그것이 바삐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유크로니아적인 순간들(uchronian moments)'을 구획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공간적 개념인 헤테로토피아를 수용하면서 시간적 개념의 헤테로크로니아(heterochronia)를 함께 흡수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자 또한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유토피아'와 '현실로 발현될 수 있는 유크로니아'를 작품에 재현하고자 한다. 이에 '헤테로토피아'의 개념과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사회학, 심리학 저서들과 여러 논문들을 숙시(熟視)하고, 이 주제가 궁극적으로 치유에 이를 수 있는지 작품 창작을 통한 가능성을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에서 본 연구자 또한 과거 예술가들이 상실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했던 과정을 동일하게 체험하면서, 극도의 상실감과 이에 수반되는 우울함이 헤테로토피아적 관점에서의 주제 해석과 작품구현 과정에서 상당부분 해소되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헤테로토피아를 주제로 삼은 창의적 작품 제작을 통해 연구자의 삶의 의미를 조금씩 찾아가는 치유가 진행됨을 체험하였다. 나아가 상실의 아픔을 지닌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헤테로토피아에서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인, 자신만의 안녕과 이익을 위하여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적인 관심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일환으로 '전시'라는 헤테로토피아적 체험을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소외된 현대인들이 가족 상실 후에도 그들의 삶에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