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의 국가정보체계 형성과 변천에 영향을 끼친 요인을 분석하고 현 실태 파악 및 향후 변천의 방향성 등을 전망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얻는 데 목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대내외 안보정세 변화에 맞추어 일본의 국가정보체계도 변천을 거듭하여 왔으며 이에 영향을 준 대내외 정세 변화를 냉전기, 탈냉전기, 제1차 아베정권 출범 후 등 3개 시기로 나눌 수 있다.
GHQ의 점령 통치후 일본의 군대는 물론 기존의 정보기구들도 모두 폐지되었지만 공산주의 확산과 냉전 심화를 계기로 자위대가 창설되고 정보기구들도 재건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일본의 정보기구들은 미국을 비롯한 여타 선진국들과 달리 각 부처별 부문정보기관의 형태로 형성되어 큰 변화없이 애초의 형태를 유지해오다 추후 필요성에 따라 일부 통합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일본의 정보기구가 분산형으로 발전된 것은 당시 일본이 패전국 입장인데다 국민들의 거부감이 강해 불가피하게 각 부처의 수요에 맞는 정보활동을 최소한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대미 의존적 안보체제하에서 경제우선주의 국가전략을 선택한 일본으로서는 굳이 정보기관 창설과 운용에 많은 국가역량을 투입할 필요성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소련의 스파이 사건 빈발과 신냉전 도래 등으로 인해 일부 국가정보체계 관련 조직 재편과 제도 보강이 추진되었으나 획기적인 진전은 없었다.
1990년을 전후하여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중동지역으로 전이되고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 대두, 국제테러리즘 빈발 등 요인으로 인해 그간 대미 의존적 안보정책을 견지하던 일본으로서도 경제력에 걸맞는 국제적 역할 수행과 더불어 자체 정보역량을 배양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되었는데 1995년 발생한 한신 대지진과 도쿄지하철 사린테러 사건,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가는 사건 등이 계기가 되어 '내각정보집약센터' 및 '내각위성정보센터' 등이 설치되었다. 2001년 9·11 사태도 일본의 국가정보체계 개선 필요성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위대 이라크 파견 등과 관련된 중동지역 일본인 테러피해 증가도 일본의 대외정보력을 제고시키는 촉진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국가정보체계 강화를 위한 조직과 제도 보강은 그 필요성에 비해 미비한 바 그 이유는 과거 2차 대전 시기 정보기관의 압제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상존하여 선거에서 감표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하는 정치가들이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기피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에서 정보기관 관련 책자 출판, 정보체계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는 각종 제언서 등이 발표되면서 일본 국민들의 정보기관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씨 희석되어 왔다. 특히 총리 관저를 중심으로 정보수집과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각 성청의 할거주의를 타파하는 한편 정보의 수평적 전달(공유)과 수직적 전달(보고)을 촉진하려는 목적에서 조직과 제도의 보강이 추진되었다.
제1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후 본격적인 정보기능 강화가 추진되었지만 1년만에 아베가 사임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이하나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정권에 의해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사무국 창설,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등 일본의 국가정보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변천이 이루어졌다.
MIT대 교수 사무엘스는 국가정보체계 변동의 요인으로 ① 세력 균형 및 위협의 변화 등 전략적 환경변화 ② 정보 관련 기술, 특히 정보수집과 관련된 인적 정보(Human Intelligence, HUMINT), 신호정보(Signals Intelligence, SIGINT), 영상정보((Imagery Intelligence, IMINT), 사이버 등 기술의 변화 ③ 정보 실패 등을 들며 대부분의 경우 가장 직접적인 변천의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정보 실패라고 주장하였으나 본 논문에서 고찰한 바로는 이러한 요인에 더하여 일본의 경우 대규모 지진 등 자연 재해와 사건 사고, 정치지도자 및 관료들의 리더십 등도 국가정보체계 변천에 영향을 미친 촉진 요인으로 보이며 제약 요인으로는 대미 의존적 안보체제. 성청 할거주의,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의 방위비가 2027년도까지 현재보다 약 2배 정도 증액될 것으로 결정되어 일본 자위대의 대외적 역할 증대 및 이에 따른 일본의 대외정보 활동강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보공동체의 규모는 해당국의 국방 관련 인원·예산의 대략 5~10% 정도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는데 미국의 경우 800억불의 예산과 약 20만명의 인원(미 국방예산의 10% 정도), 영국은 약 42억불의 예산과 약 2만 명의 인원(영 국방예산의 7% 정도)으로 추산되는 것에 비해 일본의 정보공동체의 예산은 대략 15억~20억불의 예산에 6,000여명 정도의 인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는 일본의 연간 방위비 550억불의 약 3~4%에 불과한 바, 여타 서구 선진국과 비교시 정보공동체의 예산과 인원이 소규모인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의 방위비가 2027년도에 현재의 2배로 증액되면 단순 계산으로 일본의 정보관련 예산은 현재 방위비 약 550억불의 3-4%에서 약 1,100억불의 3-4%로 증가되고 규모는 대략 33억~44억불이라는 추산이 나오는데 이는 일거에 영국의 정보예산과 거의 대등한 규모가 되며 예산 증액과 동반하여 인원도 증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의 총리 사퇴 및 사망으로 인해 일본의 국가정보체계 강화 노력은 일단 추진 동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재차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대외정보기관 창설 관련 논의는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면 재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전망은 최근 일본의 방위비 2배 증액과 함께 동북아 지역 파워 밸런스 변화 및 다변화된 위협의 대두, 이로 인한 일본의 국제적 역할 증대 등에 따른 일본의 국가정보체계 강화 가능성을 감안시 더욱 그렇다.
그간 일본이 전후 국가정보체계를 구축·강화해 나가는 과정을 고찰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발견하였다.
첫째, 정보순환의 첫 단계인 정보요구 단계에서 총리를 필두로 하는 최고정책결정권자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가안전보장국(NSS) 등 수요자의 정보요구가 이전에 비해 적극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보순환의 각 단계가 활성화되고 정보기관들의 적극적인 정보활동이 독려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각 정보기관들이 수집한 국가안보 관련 다양한 정보들이 신속·적확·체계적으로 종합·분석되고, 총리를 비롯한 최고 정책결정권자에게 직접 보고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인데 정보공동체의 각 정보기관이나 관계 성청의 정보담당 부서에서 입수된 정보가 내각정보조사실과 합동정보회의로 집약되어 내각정보분석관 등 전문 분석팀에 의해 분석되고 필요시 관계 성청이 총리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됨으로써 국가안보 관련 중요 정보는 최고 정책결정권자에게 24시간 신속·적확하게 보고될 수 있는 효율적인 국가안전보장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일본이 국가정보체계를 개혁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에서도 특히 정보수집 수단 강화를 위한 역량을 집중해오고 있는데 1998년 8월 31일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일본이 독자적 정보수집위성을 보유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면서 관련 논의를 거듭한 결과 2001년 4월 1일 내각정보조사실에'내각위성정보센터'를 설치하였다. 이로써 일본은 영상정보 수집·분석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되었다.
넷째, 현재 일본이 대외정보기관과 국가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이러한 기구 보유를 추진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본내 논의된 국가정보체계 관련 과제는 ① 대외정보기관 창설 ② 일본형 NSC 창설 ③ 비밀취급 인가제도 법제화 ④ 인권보호를 배려한 비밀 보호법제 검토 ⑤ 국회내 감시기구 설치 등인데 그간 정보개혁 결과 ②, ③, ④는 목표가 달성되었고 미해결 과제는 ① 대외정보기관 창설, ⑤ 국회내 감시기구 설치인 바 향후 대외정보기관 창설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왜냐하면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전략책정 기능을 가진 NSC가 창설된 바 NSC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전략정보의 수집·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가 이전부터 대두된 바 있고 실제 이러한 주장이 현재 일본 정부내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시 최인접국으로서 다양하고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대한민국으로서는 일본의 국가정보체계 변화를 주시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일본의 방위력 증가도 그렇지만 대외정보기관 창설 등 일본의 국가정보능력 강화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바 국가안보 분야 종사자들은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