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수출은 경제·사회·지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필리핀은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자국민을 수출하고 있는데, 국외 거주자의 송금액이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기여도가 매우 높다. 중국 연변의 조선족자치주는 인력 수출에 따른 외화 수입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실업 해소와 외화 획득을 위하여 중동·서독에 인력을 수출하였다. 국민소득 향상과 일자리 증가로 한때 중단되었던 우리나라의 인력 수출은 1997년의 IMF를 계기로 재개하였으며, 주요 수출지로 일본을 주목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대졸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경제위기마저 겹침에 따라 국내 고용만으로는 대졸 실업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반해 일본은 2000년 들어 행정시스템 온라인화 등 e-Japan 전략의 추진으로 IT인력난을 겪게 되자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IT자격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고 IT노동시장을 개방하였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유사한 문화적 환경을 공유하고 있고, 취업장벽도 완화됨에 따라 한국 IT인력의 접근이 용이해졌다. 2016년의 '마이넘버'(한국판 주민등록)제도 도입 및 2020년의 도쿄올림픽은 프로그래머 등 IT인력의 부족을 심화하였으며, 일본의 이러한 수요 요인과 한국의 취업난이 맞아떨어지면서 한국의 IT인력 수출은 코로나19의 발발 이전까지 증가기조를 유지하였다.
한국의 IT인력 일본 수출은 정부의 체계적인 취업 교육과 알선, 교육기관의 일본 기업 맞춤형 교육, 수강생들의 강력한 일본 취업 의지에 힘입어 지난 20여년동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사이 일본 취업자는 중견 직원으로 성장하거나 창업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 취업이 오랜기간 다양한 업종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관련 선행연구는 충분치 않으며 특히, IT 취업 관련 연구는 제한적이고 미흡하다. 일본어·IT·인성 등 취업교육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으로 한국·일본 자료나 설문조사를 통한 수출성과를 심도깊게 다룬 연구가 거의 없고, 취업후 애로나 진로결정 등 추적조사 연구도 많지 않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IT인력 수출 성과를 양국의 통계 자료와 한국무역협회의 IT마스터과정 운영 사례를 통하여 고찰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데 있다. 또한, 한국 IT인력들이 일본에 진출한 이후 어떤 요인으로 계속 근무 및 창업 등 진로를 결정하는 지를 파악하여 취업 전후 취업자들이 갖춰야 할 사항과 정부, 교육기관에 시사점을 주는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는 일본 취업을 희망하며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의 미래 설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 취업자들의 진로결정 요인을 실증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일본 취업 한국 IT인력을 대상으로 설문을 받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는 우선, 개인역량, 국제화 역량, 비즈니스환경은 모두 직무 만족도와 진로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취업 IT인력은 직무 만족도가 높으나 개인사정 등으로 이직·귀국을 선택하거나 직무 만족도는 낮으나 장기 체류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어 직무 만족도와 진로 결정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직무 만족도가 진로 결정에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비즈니스환경의 하부요인 중 창업환경과 진로결정의 현지 창업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못하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첫째, 한국 IT인력의 일본 수출 성과를 일본 법무성 및 후생노동성 통계, IT마스터의 장기 운영 실적을 토대로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한국 IT인력의 신규 일본 취업은 지속되고 있고, 취업 이후에는 프로그래머(PG)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로, 급여 생활자에서 기업 대표로 성장하는 경로를 보이고 있다.
둘째, 일본 취업 IT인력의 진로결정 요인을 학술적 관점에서 최초로 분석하였다. 현재 일본 정보통신산업의 한국인은 9천여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앞으로 IT인력의 일본 진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그간 일본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미 있는 진로결정에 관한 실증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의 시사점을 한국 IT인력의 일본 수출 성과와 진로결정요인 분석을 통하여 살펴보면 학문적 관점에서 첫째, 일본 진출 한국 IT인력의 진로결정요인을 최초로 분석하였다. 둘째, 개인역량, 국제화 역량, 비즈니스 환경이 직무 만족도와 진로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직무 만족도가 회사의 이직·잔류 등 노동자의 진로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실무적 관점에서 교육기관은 첫째, 일본 IT업계의 최신 동향을 주기적으로 파악하여 교육 프로그램의 최신·최적화를 추진하고, 둘째, 직장문화, 행동방식 등 일본 실생활을 반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셋째, 일본 취업 과정 입학과 동시에 일본의 채용기업 및 선배와의 멘토 제도를 시행하고, 넷째, 학생선발에서 교육, 취업알선, 현지정착과 관련된 전주기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취업전 학생들은 첫째, 일본 취업에 대한 목표 의식과 진로 설정을 명확히 하고, 둘째, 일본 기업들의 인재상에 맞는 역량을 갖추고, 셋째, 일본 취업 관련 설명회 등에 참여하여 채용 및 직장문화를 미리 파악하고, 넷째, 교육기간중 금융·관광·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IT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쌓아야 한다.
취업후 학생들은 첫째, 현지 이문화에 대하여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둘째, 일본의 직장 경험과 인맥을 활용하여 현지 창업에 도전하고, 셋째, 한국 IT인력들의 모임을 진로상담의 장으로 활용하고, 넷째,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각종 지원 및 교육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 대한 제언은 첫째, 코트라 일본 무역관에 설치되어 있는 K-Move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확충하고, 둘째, 주일본 한국대사관은 한국 IT인력의 권익 향상과 체류여건 개선에 관심을 쏟고, 셋째, 정부는 한국 IT인력의 일본내 안정적인 생활을 위하여 일본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넷째, 일본과의 자격상호인정분야를 IT에서 타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향후 연구 방향으로 일본 취업후 제3국 진출 등 여러 상황에 대한 추가 연구와 일본 취업후 귀국한 IT인력 지원방안, 일본 IT노동시장에서의 한국 인력 경쟁력 차별화 방안 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