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인간존재의 사유와 바니타스(vanitas)를 형상화한 작품 표현을 연구한다. 오늘날 물질 만능주의나 개인주의, 코로나 19 와 같은 감염병과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같은 사회적 화두는 끊임없이 인간존재를 둘러싼 문제이다. 이와 같이 사회적인 이슈와 키워드들로 복잡한 현실에 인간존재의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물음은 곧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주하게 될 '죽음'이라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철학과 역사, 문화, 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심도 있게 고찰된 중요한 주제이다. 인간의 유한성과 속세의 덧없음, 삶과 죽음의 알레고리(allegory)를 표현하는 17 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 회화를 연구 배경으로 '죽음'의 문제를 직면해보며 하이데거의 인간존재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경유해 연구자의 작품을 분석한다.
삶과 죽음, 존재를 둘러싼 관계들 속에서 '나'라는 존재와 삶의 가치, 본질에 대한 탐구는 더 나아가 삶의 태도와 삶의 의지를 성찰하고 되돌아보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특히, 흑사병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도상들이 두드러지게 등장하던 17 세기 네덜란드 시기에 주목했다. 네덜란드는 당시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번영의 시기를 누렸지만 동시에 전쟁과 전염병으로 죽음이 만연한 때이기도 했다. 이 때 등장한 바니타스 정물화는 아침 식탁, 해골, 꽃 등을 주요 소재로 활용해 인간존재의 유한성과 세속적 부와 권력의 헛됨을 상징적인 의미의 알레고리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도상적 상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죽음을 통해 본질적인 인간존재의 사유를 이끌어낸다고 보았다.
17 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 정물화를 고찰함과 동시에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저서를 통해 논의된 인간존재와 시간에 대한 이론을 참고하였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주는 의미는 자신의 존재를 삶과 죽음의 역동성 가운데서 이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바니타스와 하이데거의 이론을 살펴보고 죽음이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통해 삶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와 이해의 가능성을 두고 이론적 기반을 두었다.
III장에서는 바니타스의 대표 작가인 얀 브뢰헬(Jan Brueghel de Oude1568-1625)의 회화와 현대에 와서 바니타스 요소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드는 오리 거쉬트(Ori Gersht,1967-),헨리 하그리브스(Henry Hargreaves) 작가, 사진부터 설치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는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작품을 살펴보며, 오늘날 여전히 '죽음'이라는 주제로 바니타스 상징과 요소들을 살펴본다. 또한, 상투적 표현으로 치부되는 바니타스 알레고리 도상들이 현대에는 어떤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는지에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서도 모색해야함을 가볍게 짚어본다.
IV장에서는 연구자의 작품들에 나타난 인간존재의 사유와 함께 표현 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시리즈별 연구 작품들의 표현 방식의 변화는 꽃으로부터 출발한 인간존재의 사유의 과정의 변화와 같이 한다. 꽃의 생명과 죽음의 고찰에서 시작된 인간존재의 사유는 추상 미술의 맥락에서 시작되어 점차 명확하게 구체화되는 과정을 거쳐 대표 시리즈 〈Re-Birth〉 시리즈로 표현했다. 이는 "꽃"을 인간존재를 투영해서 사유해보는 소재로 사용하여 차별성을 주었다.
본 논문은 여전히 혼란한 사회 안에서 생명의 가치, 존재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장치로 우리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통해 바니타스와 하이데거의 이론적 배경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의 허무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소중한 삶의 가치에 대해 깊은 사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