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년간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고 독립한 인도는 냉전 하에서 어느 특정 진영에 의존하지 않고자 자국의 외교안보 노선으로서 비동맹정책을 선택했다. 초기 네루 총리로부터 시작된 비동맹정책은 강대국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않는 군사 및 정치적 비개입을 특징으로 하면서도 평화와 같은 대의에 목표를 둠으로써 중립적인 성격이 강한 비동맹의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이후 인디라 총리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도의 비동맹정책은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특히 현재 모디 정부에서 인도의 외교안보정책은 미국 및 그 동맹국가들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군사 훈련에 참여하는 등 동맹에 가까운 비동맹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는 '코끼리'라는 동물로 묘사되어왔다. 전 세계 아시아코끼리의 70%가 인도에 서식하고 있고 인도인 특유의 느긋한 성향이 코끼리와 비슷하다는 이유뿐 아니라 거대한 시장에 비해 행정 절차나 경제 성장의 진행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도는 더 이상 코끼리가 아니라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모디 정부에 들어서며 인도의 외교정책 변화의 양상을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와 대비시켜 다소 공격적이고 진보적인 모습을 '호랑이 전사(tiger warrior)'로 묘사하였다. 앞서 언급한 코끼리와 호랑이, 이 두 동물은 전통을 중요시하면서도 동시에 현대 국제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고자 하며 실제로 상당 부분 앞서 가고 있는 인도의 외교를 잘 나타낸다.
따라서 본고는 위와 같은 배경들을 종합하여 두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인도의 외교안보정책, 특히 비동맹정책에 관하여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째 비동맹을 동맹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둘째 독립 이후 인도의 비동맹정책은 어떤 변화의 양상을 보여왔고 그 원인은 무엇인가? 본고에서 제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본고는 비동맹과 동맹은 연속 변수이므로 일련의 스펙트럼 위에서 그 변화를 분석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또한 비동맹정책의 변화 양상에 있어서는 국제 체제의 변화와 외부 위협, 그리고 국내 정치적 안정 세 가지 변수로 인해 네루 정부에서 라지브 정부까지는 비동맹정책이 중립적 성격에서 벗어나 비동맹적 성격에 가까워지다가 라오 정부에서 다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후 바지파이 정부부터 현 모디 정부까지는 동맹에 가까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인도의 비동맹정책을 확장된 동맹이론 하에서 중립과 비동맹, 동맹의 연결점을 파악하고 각 정부별 변화의 양상과 그 원인을 분석한 본 연구는 이론 및 정책적 측면에서 유의미하며 시의적절하다. 독립 초기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된 인도의 비동맹정책이지만 오늘날에도 강대국과의 동맹으로 발생하는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의 해결책이 될 수 있고 동시에 국가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견국가들이 주목하는 효과적인 외교안보정책이다. 국제사회에서 인도가 전략적으로 비동맹을 활용한 것처럼 한국도 기존의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동맹적 비동맹정책과 같은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