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간이 현대사회에서 맡는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의 혼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자는 페르소나를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하고자 하였으나 연구 과정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본인의 경험을 통해 불안과 갈등은 사회라는 외부적 요인과 함께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본능적 욕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통해 개인의 내면적 욕구와 혼란이 사회적 역할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게 되었다. 이는 페르소나가 단순히 외부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쓰는 가면이 아닌 개인의 욕구와 내면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를 위해 쓰는 가면을 외부적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는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서 개인의 복잡한 내면세계가 표출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칼 구스타브 융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조화로 보았으며 상반된 특성을 가진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상호작용이 개인의 생각, 행동, 감정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이러한 인간의 의식 세계의 상호 관계가 사회적 환경, 규범과 같은 외부 요소와 만나 외적 인격으로 드러나는 것이 페르소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페르소나란 사회적 맥락에 기대어 맞춰진 외적 표현이며 동시에 내면세계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가 참고한 심리학 이론들을 통해 인간은 사회 안에서 타인과 관계하고 인정받음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인에게 받는 인정은 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연구자는 페르소나를 인간의 본성으로 이해하기 위해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욕구의 단계로 설명한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계층론을 연구하였다. 매슬로의 이 이론은 총 다섯 단계로 이루어지며 욕구를 추구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으로 모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개인이 속한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단계의 순서나 경중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은 욕구를 통해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동기를 갖게 된다고 하였다. 연구자는 욕구의 단계 중 소속되고 인정받고자 하는 단계가 페르소나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고 보고 페르소나를 타인의 인정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내면세계가 반영되어 외부로 표출되는 태도이자 수단으로 이해하였다.
페르소나 개념을 연구의 기반으로 사회적 가면을 표현한 작품연구는 연구자의 작품 제작의 주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연구자의 페르소나는 동물 가면과 인체를 옷처럼 입는 형태로 표현된다. 동물과 인체의 결합을 통해 사회적 역할과 내면의 욕구 사이의 연결을 탐구하는 표현은 여러 예술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니스 마스 원더리크는 다섯 아이의 양육자이자 도자 작가로서 겪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변형되고 서로 결합한 인체 조형물을 통해 내면의 진솔한 감정을 표현한다. 크리스탈 모리는 자신의 출생지인 캘리포니아 북부의 환경적 요소와 여성성, 고대 토템 및 신화적 이미지를 결합하여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증진한다. 이렇듯 동물의 상징성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연구자의 페르소나는 내면의 취약함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다. 동물 가면을 인체와 결합하여 인간의 형상을 완성한 표현은 우리가 사회적 기준에 맞춰 바꿔쓰는 수많은 페르소나를 상징하며 인체의 안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보이도록 제작함으로 페르소나 뒤에 숨을수록 우리는 실체를 잃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됨을 표현하고 있다. 연구자에게 작품을 진행하는 과정은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결국 개인이 자신의 진정한 실체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페르소나의 이중적인 역할은 개인의 성찰과 자기 발견의 중요한 부분으로 사회적 가면을 넘어서 본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받아들이고자 하는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