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정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성폭력은 아직까지도 일상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는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적장애인이 성폭력 장애인 피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의 성폭력 사건은 그 피해 양상이 심각하지만, 지적장애인이 스스로 범죄를 인지하여 신고하기도 어렵고,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특히,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저항 여부 및 저항에 대한 적극성을 통해 피해자의 성관계 동의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성이 존재하는데, 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가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저항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애정관계와 구별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저항 여부와 지적장애 유무에 따라 배심원의 자격을 갖춘 일반인들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배심원의 자격을 갖춘 만 20세 이상 만 60세 미만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조작점검 탈락자 및 통계적으로 극단적 이상치 응답자를 제외하고 총 223명의 응답을 분석에 사용하였다. 연구 참가자들은 피해자의 저항 여부와 지적장애 유무가 조작된 네 가지 조건의 성폭력 사건에 무선할당된 뒤, 재판 시나리오와 사건 판단에 필요한 기준을 설명하는 설시를 읽고 조작점검 문항에 응답하였다. 조작점검을 통과한 연구 참가자들은 재판 시나리오에 따라 유무죄 판단, 유죄확률 판단, 양형 판단, 피해자의 저항 강도, 성관계 동의 정도를 묻는 문항에 응답하였고, 필러 과제를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필러 문항과 함께 제시된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지적 태도와 적대적 성차별주의 문항에 응답하였다.
적대적 성차별의식을 통제하여 분석한 결과, 첫째, 여성이 남성보다 유죄 판단을 더 많이 내렸다. 둘째, 지적장애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그리고 저항하지 않았을 때보다 저항했을 때 더 많은 유죄 판단을 내렸다. 셋째, 피해자의 저항 여부와 지적장애 유무에 따라 유죄확률 판단에 대한 상호작용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저항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그리고 지적장애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유죄확률 판단이 높았다. 넷째, 피해자의 저항 여부와 지적장애 유무에 따른 양형 판단에 대한 상호작용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저항 여부에 따른 양형 판단에 차이도 없었으나, 지적장애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양형 판단이 높았다.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한 결과, 지적장애 유무와 저항 강도는 양형 판단을 설명하는 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적장애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그리고 저항 강도가 강할수록 양형 판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성별과 양형 판단의 관계에서 적대적 성차별의식과 성관계 동의 정도의 순차적 매개효과가 나타났다. 즉, 여성보다 남성이 적대적 성차별의식이 높았고, 적대적 성차별의식이 높을수록 성관계 동의 정도가 높았으며, 성관계 동의 정도가 높을수록 양형 판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재판 절차 속에서 피해자 요인인 피해자의 저항 행위와 피해자의 지적장애가 성폭력 처벌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국외에서 확인된 저항 행위와 지적장애의 영향을 국내에서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성폭력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때, 배심원단에게 제공되어야 할 설시가 무엇인지 제시하였고, 비동의간음죄를 바탕으로 하는 형법 재구조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을 논의한 뒤 후속 연구를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