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개최되는 라운드테이블, 공청회, 정담회와 같은 공론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공론장의 개념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위르겐 하버마스(Juergen Habermas)의 공론장(Öffentlichkeit) 이론과 숙의 민주주의의 정치적 흐름을 적용하여 예술지원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론장을 통한 제도적 변화와 경험적 변화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나아가 연구 대상을 춘천문화재단의 '춘천아트라운지 예술 공론장'으로 설정하고 예술 공론장 운영 주체와 참여 주체를 인터뷰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지금까지 예술 분야에서의 공론장에 대한 연구는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으며, 문화거버넌스의 정책적 흐름 속에서 공론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로 정책에 반영되고 변화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 주요 개념인 공론장을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은 근대부터 현대까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1996년 제시한 숙의 절차주의 모델에서 '의지형성(Will-Formation)'과 '의견형성(Opinion-Formation)' 두 과정을 공론장의 구성요소로 설정하였다. '의지형성 숙의'는 법이 의회에서 입법되고 법정에서 적용되는 과정을 뜻하며, 정책 결정 및 집행 기관의 규칙에 의해 제도가 규율되는 것이다. '의견형성 숙의'는 자발적인 시민사회 공론장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법적 정당성은 시민사회의 네트워크들로 이루어진 생활세계의 사적 영역들에 뿌리를 둔 자유로운 공론장에서 의사소통을 통해 획득된다. 아울러 숙의 민주주의 환경 속에서 공론장이 함의해야 할 가치를 바탕으로 분석의 틀을 구성하였다. 연구 대상인 '춘천아트라운 지예술 공론장'이 운영되었던 2021년 춘천문화재단의 각종 문헌자료를 분석하였다. 나아가 예술 공론장의 운영 주체인 춘천문화재단의 관계자와 참여 주체인 지역 예술인을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실시하여 예술 공론장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본 논문에서 춘천아트라운지 예술 공론장 분석을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공론장 역할에 관한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술지원정책 결정을 위한 실질적인 숙의는 아직 요원하고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론 결과가 제도적 변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비하다. 제도적 변화를 위해서는 숙의를 통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는데, 공론 참여 구성원들이 합리적 의사소통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까지는 사실상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합의로 이끌어내기까지 여러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문화 거버넌스의 차원에서 공론장의 역할을 제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론장의 결과가 직접적인 제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각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정책 당사자들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관계성이 생기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각자의 예술 활동과 의견을 나누러 온 자리에서 '춘천시 예술인'이라는 생활세계를 발견하고 상호인정과 호혜성의 성격을 가진 의사소통을 경험한 것이다.
셋째, 예술지원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론장의 역할은 공론장 운영 주체와 참여 주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각자의 활동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공론 추진 기구는 공론장을 통해 현장의 정책적 수요를 경청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반면 참여 주체에게 공론장은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를 알아가며 상호신뢰가 쌓이는 자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난다. 하버마스가 주장하였듯 의견형성 숙의와 의지형성 숙의는 각자 활동하다가도 연계되어야 상호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공론장을 통해 도출되는 결론이 반영되는 정책 방향 등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연구과정에서는 예술지원을 둘러싼 다양한 거버넌스에 대한 분석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공론장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예술지원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공론장 운영 사례를 다루어 의견 형성과 의지형성의 측면에서 공론장의 역할을 고찰했다는 것에 의의를 가진다. 나아가 그동안 미흡했던 예술 분야의 공론장의 성격과 기능을 고찰했다는 점에서 공론장 연구 확장에 기여하였다. 이를 통해 예술지원정책을 넘어 문화 예술계 전반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공론장 설계 및 운영에 있어 공론장의 역할 설정을 위한 시사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