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바네사 벨(Vanessa Bell, 1879-1961)의 오메가 공방(Omega work shops, 1913-1919)에서의 활동에 대한 연구이다. 영국 미술가 바네사는 후기 인상주의에서 큐비즘 그리고 추상에 이르기까지 당시 1910년대에 열풍처럼 일어났던 현대 미술운동을 폭넓게 받아들였고 풍경화, 정물화, 초상화 등의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작을 했다. 장르는 달라도 형식에 대한 관점은 동일하다. 바네사는 1913년경에는 회화의 독창성을 보여주어 추상으로 발전하는 가능성에 도달하며 1914년에 영국에서 추상화를 최초로 탄생시킨 예술가이다. 뿐만 아니라 회화, 추상화, 직물,의상디자인등 다양한 작업을 하였다. 바네사는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에서 만난 로저 프라이(Roger Fry, 1866-1913)의 제안으로 오메가 공방(Omega workshop, 1913-1919) 설립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동참하여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을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오메가 공방은 기본적으로 19세기 후반의 예술 수공예 운동의 정신과 전통을 계승하여 예술가의 창조적 개성과 장인의 노력이 묻어난 수공예품 제작을 시도하였다. 모더니즘 미술의 개척자로서 비평가로서 유명한 프라이와 그랜트와 함께 오메가 공방에서 활동한 바네사는 업적에 비해 20세기 초 미술사에서 크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오늘날 바네사는 동생인 문학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의 명성에 비해 주목받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1920년대 이후 크게 독창적인 작품성이 보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기존 미술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어온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가 오메가 공방에서 탐구한 종합예술은 미술사에 기여한 큰 업적이다. 본 연구는 오메가 공방에서 바네사의 역할과 작업활동을 주목하여 그가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고 영국의 전통 순수미술과 실용미술을 종합하는 총체 미술인 오메가 공방활동의 의의를 찾고자 하였다.
오메가 공방은 화가이자 영향력 있는 미술평론가인 프라이의 제안으로 1913년 7월 런던 피츠로이 광장(Fitzroy Square)에 설립되었다. 바네사는 오메가 공방에서의 활동을 계기로 캔버스에 회화를 그리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았고 캔버스에서 벗어나 자수 패널 (Embroidered Panel)과 카펫(Carpet), 폴딩 스크린(Folding Screen), 목판화(Wood Cutting)로 순수미술의 실험을 공예디자인 영역까지 확장하여 서로의 통합을 시도했다.
바네사는 카펫과 러그를 다수 디자인했다. 바네사가 오메가 공방에서 했던 러그 디자인 중 하나가 〈해밀턴 부인을 위한 러그 디자인 Preliminary design for Lady Hamilton Rug〉 이다. 바네사의 카펫과 러그 디자인은 완전한 추상 형상이다. 또한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카펫 Carpet〉을 보면 바네사의 순수회화보다 더욱 아방가르드적이다. 아마도 카펫, 러그라는 장르가 순수회화보다 더 편안하게 아방가르드 형상을 실험하기에 수월하다고 느꼈을 것이라 짐작된다. 특히 바네사는 자수를 여성의 영역이라는 전통적인 맥락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창의성, 자발성을 더하여 순수회화로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메가 공방의 화가들은 폴딩 스크린을 회화를 위한 캔버스로 받아들이고 예술적 실험을 자유롭게 펼쳤다. 바네사는 회화작품 〈여름 캠프 Summer Camp〉의 모티브와 주제를 가져와 회화적 원리를 적용하여 폴딩 스크린 〈텐트와 사람들 Painted Screen: Tens and figures (also called Bathers in a landscape〉을 완성했다.
목판화는 폴딩 스크린 보다 더 회화적 영역의 확장이었다. 바네사는 2점의 목판화 〈다알리아 Dahlias〉, 〈누드 Nude〉를 제작했다. 그러나 바네사는 목판화를 독립된 예술 장르로 간주하기보다는 순수미술의 응용 혹은 순수미술을 실험하는 수단으로 인식한 것 같다.
바네사는 회화를 디자인으로 확장 응용하여, 직물(Printed textiles)과 드레스(Dress)를 제작하고, 유아방을 위한 디자인을 하였다. 바네사는 회화에서 후기인상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의 현대미술에서 받은 영향을 직물 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하며 추상적 형태와 색을 강조했다. 바네사가 단독으로 디자인한 직물은 모드(Maud)와 화이트 (white) 두 종류가 있다. 모드 디자인은 흰색 바탕에 옅은 녹색, 푸른색, 붉은색의 네 가지 색상이 조화를 이룬 기본 직물 디자인을 바탕으로 추상적인 형태와 패턴을 둘러싸는 검은 선으로 구성된 디자인이다. 화이트 직물은 모드 직물보다 부드럽고 섬세하며 추상적 패턴이지만 추상적인 형상 위에 짙은색의 얼룩이 떨어져 번져 있는듯해 '봄' , '가을' 등의 자연의 계절을 연상 시키며 감성적인 느낌을 준다.
바네사는 순수미술과 장식미술을 통합하여 예술적 창의성이 적용된 의상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바네사는 하이 웨이스트((High waist)디자인과 오리엔탈 스타일(Oriental Style)의 드레스를 디자인하여 제작하였다. 또한 바네사는 아이를 낳고 양육한 어머니로서의 경험을 되살려 유아방을 디자인하였다. 바네사는 원시정글 장면을 떠올려 벽과 천장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잘라낸 종이를 벽과 천장의 표면에 직접 붙여 동심의 세계를 현대 미술의 순수성과 결합했다. 바네사의 유아방을 위한 디자인은 아이를 통제하고 훈육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는 공간이다.
1919년 오메가 공방은 재정적인 실패로 인해 설립한지 6년 만에 폐쇄 되었다. 오메가 공방의 결정적인 사건은 제1차대전의 발발이었다. 오메가 공방이 폐쇄후 바네사는 찰스턴 하우스에서 회화와 장식예술에 전념하였지만 1910년대의 활동에 바해 크게 주목되고 있지 않다. 본 논문은 바네사가 오메가 공방을 통해 순수미술과 실용미술을 종합하는 총체미술로 발전시켜나간 1910년대의 활동에 집중했고 바네사가 오메가 공방에서 탐구한 종합예술이 미술사에 큰 업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고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