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고구려 126기의 고분 중 평양 지역 5기, 집안 지역 3기의 고분에 출현하는 42개의 귀면도상을 수집·분석하였다. 귀면도상을 분석하기에 앞서 귀면문의 기원으로 도철문에 대한 중국의 문헌기록과 상·주시기 청동기 도철문의 변천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도철문과 유사한 귀면도상은 중국 한대 화상석과 위·진시기 벽화묘를 거쳐 고구려, 백제, 신라까지 수용되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귀면문 수용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고구려 고분벽화 이후 6-7세기 가장 많은 수용사례인 귀면와(瓦)와 귀면 장식이 사용된 금속공예품을 중심으로 다시 비교·서술하였다.
고구려 고분벽화 귀면도상은 형태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얼굴에 귀면 이미지를 가진 귀면문이다. 두번째는 귀면문에 몸체가 결합되어 팔과 다리를 펼치고 있는 역사(力士)형 도상인 괴수 역사상이 있다. 세번째는 괴수역사상의 손에 무기를 들고 묘실 입구나 묘도에 위치하는 괴수 문지기상이 있다. 네번째는 역사상의 자세와 귀면문이 아닌 인면(人面)형 얼굴을 한 역사상이 있다. 인면역사상은 고분벽화에서 귀면도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본 논문에서 내용에 포함하였다. 네 가지 분류 형태에 따라 귀면 도상들이 출현하는 고분을 정리하고 특징을 서술하였다. 귀면도상은 얼굴과 몸에서 길게 뻗어 나아가는 갈기와 강조된 안구, 커다란 입과 치아 및 혓바닥처럼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귀면도상을 귀면문과 역사상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에 따라 성립된 다섯 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귀면문 I식은 오각형, 사각형 등 각진 형태의 안구에 머리 장식 요소가 있는 유형이다. 대표적으로 평양 지역 천왕지신총 천정 활개의 귀면문과 집안 지역 통구사신총 천청 귀면문이 이 유형에 해당 된다. 귀면문 II식은 둥근 원형의 안구에 입표현이 특징적인 유형이다. 입에 구슬을 물거나 혓바닥을 내밀고 있다. 평양 지역 안악3호분 후실 남벽 주두 귀면문과 천왕지신총 천정 소로 귀면문에서 혓바닥을 내밀고, 붉은 구슬을 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귀면문 III식은 안구와 눈동자를 구분한 이중 윤곽선의 안구 형태와 위, 아래 치아를 모두 드러낸 것이 특징인 유형이다. 본 논문에서 서술하는 고구려 고분벽화 귀면도상에서 가장 많은 안구 유형이다. 안악 3호분 후실 남벽 귀면 주두의 귀면문과 집안 오회분 5호묘 묘실벽 괴수 역사상에서 볼 수 있다. 역사상 I 식은 정면을 바라보며, 양팔과 다리가 대칭 자세를 하고 있다. 평양 지역 덕흥리 벽화고분 괴수 문지기상과 대안리 1호분 인면 역사상이 이 유형이다. 역사상 II식은 양팔을 위로 올리고 다리는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측면형의 비대칭 자세가 특징인 유형이다. 역사상 I식과 차이점은 자세와 팔과 다리를 따라 온몸의 갈기가 있는 점이다. 집안지역 통구사신총과 오회분 4호묘, 오회분 5호묘의 괴수역사상에서 II식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낸다. 고구려 귀면도상의 출현 지역과 시기, 고분에서 등장하는 위치에 따라 대표적인 귀면도상의 유형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의 귀면도상과 중국 한(漢), 위진(魏晉), 남북조(南北朝)시대의 화상석과 벽화묘에 등장하는 귀면도상과의 계승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도상의 비교·분석을 시도했다. 하남 낙양 복천추묘, 요녕 대련 금현 영성자묘, 산동 기남 화상석묘, 감숙 돈황 불야묘만 서진묘, 산서 대동 사령 벽화묘, 산서 태원 서현수묘에 등장하는 괴수 도상을 통해 고구려 고분벽화의 귀면도상과 연관성을 서술하고자 하였다. 중국 귀면도상들은 묘실 천정, 묘벽, 묘문, 기둥 주두에 등장하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의 귀면도상과 공통적인 등장 위치를 볼 수 있었다. 차이점으로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괴수 역사상과 인면역 사상은 묘실 벽과 벽의 모서리에서 위를 받치고 있는 형태이지만 비교 대상이 된 중국 고분에서는 귀면 도상들이 벽 모서리에 등장하지 않는다. 고분벽화의 벽 모서리에 귀면도상이 등장하는 것은 고구려만의 특징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논문에서 서술한 중국 화상석과 벽화묘의 귀면도상들로 범위를 한정지어 살펴보았을 때 서한시기 낙양 복천추묘의 방상시(方相氏)에서 서진시기의 돈황 불야묘만 벽화묘까지 귀면문과 역사형이 묘실 벽면과 천장, 기둥 주두에 혼합되어 등장한다. 북위와 북제 시기에는 역사형의 괴수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변천 과정은 고구려 고분벽화 귀면도상도 6세기 통구사신총에서 귀면문과 괴수역사상이 동반되어 등장하지만 오회분 4호묘와 5호묘에서는 괴수역사상만 등장하는 변천 과정과 유사한 흐름임을 볼 수 있었다.
한, 위·진, 남북조시대의 귀면도상을 몸체 유무에 따라 유형 구분을 했을 때 한대 귀면도상은 이중 윤곽선의 안구와 크게 벌린 입과 치아, 갈기가 특징으로 나타났다. 고구려 평양 지역의 안악3호분, 대안리 1호분, 수산리 벽화고분 귀면도상과 유사한 얼굴 표현을 볼 수 있다. 남북조시대 괴수 역사는 집안 지역 오회분 4호묘와 오회분 5호묘의 괴수 역사상과 측면을 바라보거나 팔과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세가 유사하였다.
귀면도상은 고구려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모두 사용된 소재였다. 고분벽화에서 많은 사례는 찾아볼 수 없지만 고분벽화에서 귀면도상은 도철, 괴수, 문지기, 역사 등 다양한 도상으로 변화하며 나타난다. 이것은 사후세계에 대한 승선과 묘주의 영혼이 잘 수호되기를 바라는 현세 사람들의 염원이 지속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를 통해 귀면도상은 단순히 고분벽화 안에서 벽사의 의미를 넘어 당시 사람들의 내세관과 장례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고, 넓은 의미로 귀면도상의 영향 관계에 대해서까지 살펴볼 수 있는 소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