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환상(幻想)을 회화적 표현으로 현실에 환상세계를 재현하는 것을 기반으로 논증했다. 우리가 열망하는 환상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그 이유에 관해 연구했다. 현대인이 바라는 환상은 복잡한 현실이 아닌 곳, 즉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흉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줄 수 있는 장소를 원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연구자의 〈Wandering Project〉는 환상을 구체화하고 현실과 환상을 나누는 경계를 만들어 그 너머 환상 공간을 표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인간의 공간을 평등하게 인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공간에 경계를 두어 우리가 살아가는 규칙적인 세계인 '코스모스'와 모든 게 뒤섞인 '카오스'로 공간을 분절하고 차등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외부와 화이트 큐브로 나뉘는 공간의 분절을 이용해 현실 세계와 환상세계 사이의 경계를 재현하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Wandering Project〉가 보여주는 환상세계는 현실에서 채우지 못했던 심리적인 욕구 해소와 자아실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습적인 사회에는 암묵적으로 정해진 규칙이 존재하며 우리는 이것을 몸소 경험하며 터득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사회적인 모습은 고유한 개성적인 모습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맞게, 사회의 틀에 맞게 스스로 만들어 낸다. 구스타프 칼 융은 사회적인 자신을 페르소나라고 지칭하며, 개인의 개성이 아닌 집단사회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실현의 욕구는 에이브러헴 매슬로의 욕구 위계에서도 상위의 심리적 욕구이다. 사람들은 심리적인 욕구 해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억압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심리적인 고통과 마주하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고통을 일으키는 현실을 외면하는 방어기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고통을 피해 현실을 외면하며 하는 상상과 〈Wandring Project〉가 추구하는 환상세계에 존재하는 유사점에 주목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영향을 받아 인간의 무의식을 회화로 표현한 초현실주의를 토대로 연구자의 환상세계와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예술가인 자신의 페르소나인 '로프로프' 라는 새 머리 사람을 작품에 담은 막스 에른스트와 거리에 드리우는 기묘한 사선의 그림자로 인간의 무의식 속 존재하는 감정을 표현한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작품 속 세계관인 〈Wandering Project〉에 나타난 환상의 회화적 표현은 사회 속 사람들이 기대하는 환상 구현을 위해 연구한 것이다. 연구자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는 모습과 무의식에 쌓아둔 감정을 인식하고 그 기분과 경험을 작품 속에 표현했다. '나'를 규정짓는 사회와 타인에게 벗어나 잠깐이나마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구현을 목표로, 자아실현을 억압하는 원인과 이를 해결할 방법을 분석하고 반영한 것이 〈Wandering Project〉 환상세계가 가지는 의의이다. 캔버스 안에서만 작가의 환상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캔버스라는 물체를 하나의 경계 지표로 삼아 공간 자체를 작가의 세계로 만든 점에서 새로운 연구 가치를 논증하고 있다. 이에 현대 예술창작은 캔버스 하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림이 놓여있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세계로 인식된다는 중요성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