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학대피해아동 상담에서 전문상담교사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경험의 구조를 밝혀 전문상담교사의 학대피해아동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기초 정보를 제공하고자 수행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 전문상담교사는 학대피해아동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
연구 문제 2. 전문상담교사의 학대피해아동 상담 경험의 구조는 무엇인가?
본 연구 문제에 관한 연구방법과 절차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학대피해아동 상담에서 전문상담교사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참여자의 공통된 속성에 초점을 둔 Colaizzi(1978)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채택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해 다수의 학대피해아동을 상담한 전문상담교사 10명을 심층 면담하였으며, 이 과정은 자료의 충분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지속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Colaizzi(1978)가 제시한 7단계의 자료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인간 대상 연구의 윤리를 준수하고 질적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고자 다음과 같이 노력했다. 첫째, 본 연구는 숙명여자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IRB)의 연구 승인(SMWU-2101-HR-140)을 받았다. 둘째, 본 연구는 질적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고자 전문가 검증, 참여자 검증, 동료 검증을 수행하였다. 셋째, 본 연구자는 질적 연구의 수행을 위해 인간 대상 연구 윤리교육 및 질적 연구 학회와 세미나에 참석하였으며, 연구자의 편견이나 연구자가 갖는 연구 현상에 관한 관심이 본 연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성찰하고자 노력하였다.
본 연구 문제에 관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 문제 1'에 관한 연구 결과는 116개의 주제와 38개의 주제 묶음, 10개의 범주와 1개의 대범주로 도출되었다. 도출된 10개의 범주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던져짐〉, 〈보이지 않는 교내 장벽에 부딪힘〉, 〈내담자의 세계에 갇힘〉, 〈흔들리며 잃어가는 일상〉, 〈충돌하는 두 세계, 홀로 깊어지는 고민〉, 〈혼란한 나를 알아차림〉, 〈일상 회복을 위한 대처 행동〉, 〈내담자와 함께 회복함〉, 〈학교구성원의 불안을 조율함〉, 〈견딤의 대가를 나눔〉이며, 이러한 범주를 압축하는 대범주는 〈고통의 연결고리를 끊는 찬란한 진통〉으로 도출되었다.
참여자들의 체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로, 참여자들은 다른 이유로 시작된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의 학대피해를 인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대피해를 인지한 즉시 피해아동에 대한 위기개입을 수행해야 했는데, 참여자들은 최초 인지자라는 이유로 위기개입 전반을 홀로 감당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가해 부모의 직·간접적 폭력과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의 고립 등 직무외상의 고통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내용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던져짐〉, 〈보이지 않는 교내 장벽에 부딪힘〉 범주로 도출되었다. 두 번째로, 참여자들은 학대피해아동과의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의 외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일상을 침범하는 대리외상의 고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내용은 〈내담자의 세계에 갇힘〉, 〈흔들리며 잃어가는 일상〉 범주로 도출되었다. 세 번째로, 참여자들은 학대피해아동과 관련된 돌발 상황을 수시로 마주했다. 이때 참여자들은 교사이면서 상담자라는 이중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을 뿐만 아니라 돌발 상황에 관한 해결책을 요구받았다. 이때 참여자들은 여러 딜레마와 내적 갈등을 겪었으나, 이들의 깊어지는 고민 역시, 홀로 감당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내용은 〈충돌하는 두 세계, 홀로 깊어지는 고민〉 범주로 도출되었다. 네 번째로, 참여자들은 학대피해아동을 대상으로 수행한 위기개입 과정과 장기간 지속한 상담 과정에서 겪은 직무외상의 영향을 인지하였다. 참여자들은 일상을 침범한 직무외상의 영향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이에 대처하고자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며, 수퍼바이저와 지도교수, 상담자와 동료 상담교사 등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내용은 〈혼란한 나를 알아차림〉, 〈일상 회복을 위한 대처 행동〉 범주로 도출되었다. 다섯 번째로, 참여자들은 학교에서 근무하기에 내담자와 오랜 시간 함께하며 견고한 치료 동맹을 맺고, 이들의 안전기지가 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환경적, 관계적 맥락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내담자의 회복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는데, 일상에 드러나는 내담자의 변화는 참여자들의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내용은 〈내담자와 함께 회복함〉 범주로 도출되었다. 여섯 번째로, 참여자들은 직무외상의 영향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며 학교 공동체 내의 관계를 복구하고자 시도하고, 외부 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연계했으며, 학교구성원의 불안을 조율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내용은 〈학교구성원의 불안을 조율함〉 범주로 도출되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은 오랜 기간 외상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고통을 견뎌낸 결과로 회복과 성장을 마주했다. 참여자들은 견딤의 대가로 얻은 긍정적 변화를 내담자와 학교 공동체에 공유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내용은 〈견딤의 대가를 나눔〉 범주로 도출되었다.
둘째, '연구 문제 2'에 관한 연구 결과는 전문상담교사의 학대피해아동 상담 경험의 구조를 시간적, 상황적 맥락에 따라 도식화하여 〈표 IV-1〉과 [그림 IV-1]로 제시하였으며, 이들의 경험을 압축하는 현상학적 대범주는 〈고통의 연결고리를 끊는 찬란한 진통〉으로, 참여자 경험이 갖는 의미는 〈혼란을 탐색하며 고통을 조율해 나가는 여정〉으로 도출하였다.
참여자들의 경험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참여자들의 경험은 직무외상 경험과 직무외상 대처 경험, 그리고 직무외상 후 성장 경험의 세 단계로 드러났다. 먼저, 참여자들은 학대피해아동을 상담하며 학대의 대물림으로 인한 반복, 제도 정비에 관한 무관심이 불러온 헛된 희생의 반복, 회복되지 않은 상처가 상처를 낳는 상처의 반복이라는 '고통의 연결고리'를 마주했으며, 반복되는 혼란과 고통을 탐색하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심각한 직무외상에 노출되었다. 참여자들이 학대피해라는 외상 관련 직무를 수행하며 겪은 직무외상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던져짐〉, 〈보이지 않는 교내 유리 장벽에 부딪힘〉, 〈내담자의 세계에 갇힘〉, 〈흔들리며 잃어가는 일상〉, 〈충돌하는 두 세계, 홀로 깊어지는 고민〉 범주에서 드러났다. 두 번째로, 참여자들은 직무외상의 영향으로 혼란에 빠진 자신을 알아차리고 일상 회복을 위한 대처 행동을 시작하며, 직무외상을 이겨내고자 분투의 시간을 가졌다. 이는 '고통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진통'의 시간이었으며, 〈혼란한 나를 알아차림〉, 〈일상 회복을 위한 대처 행동〉 범주에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은 직무외상에 대처하고자 분투한 결과로 '진통의 끝에 고통의 연결고리를 끊는 성장'을 경험했으며, 이는 〈내담자와 함께 회복함〉, 〈학교구성원의 불안을 조율함〉, 〈견딤의 대가를 나눔〉의 범주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본 연구는 참여자들의 경험을 압축하는 대범주를 〈고통의 연결고리를 끊는 찬란한 진통〉으로 도출하였으며, 참여자들의 경험이 갖는 의미를 〈혼란을 탐색하며 고통을 조율해 나가는 여정〉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학교 장면에서 이루어지는 '학대피해아동 상담'에 심도 있게 접근하여 '학교상담 현장 연구'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둘째, 본 연구는 전문상담교사의 학대피해아동 상담이 명확한 지침이 제시되지 않은 채 수행되어, 효과적인 위기개입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학교구성원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음을 드러내어, 학대피해아동 상담을 위한 일원화된 체계 구축과 체계적인 운영 지원이 필요함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전문상담교사가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의 외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겪는 '대리외상'과 위기개입 과정에서 겪는 '직·간접적 폭력'을 포함한 '직무외상'의 고통을 밝혀, 학교구성원의 외상에 대해 조직적 보호가 필요함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넷째, 본 연구 결과 학대피해아동이 우울과 불안 등 학대피해의 후유증뿐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부적응 기제에서 유발된 적응상의 어려움, 지속되는 가해 부모와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어려움 등으로 학교적응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학대피해아동의 회복을 위해 학교적응을 위한 제도화된 지원이 필요함을 밝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섯째, 본 연구는 학교에 상주하는 전문상담교사가 학대피해아동과 견고한 치료 동맹을 맺고 안전기지를 제공하여, 관계 경험을 통해 이들의 학대피해 후유증 회복과 학교적응을 지원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학교 현장의 학대피해아동 상담을 위한 참고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섯째, 본 연구는 전문상담교사의 회복이 내담자와 함께 이루어짐을 확인하였다. 이는 학대피해아동이 매일 등교하여, 장기간 상주하는 학교라는 직무 환경이 전문상담교사에게 딜레마와 역할의 충돌, 업무 과중 등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인 동시에 회복을 촉발할 수 있는 보호 요인임을 밝혀 학교상담 실무에 시사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곱째, 본 연구는 전문상담교사가 직무외상을 회복하려 애쓴 결과로 긍정적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학교구성원의 회복에 관심을 두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기초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덟째, 본 연구는 전문상담교사와 학교구성원의 회복에 사회적 지지 자원과 외부 전문기관의 연계가 중요함을 확인하여, 지원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