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질 들뢰즈(G. Deleuze)의 차이생성 이론을 근거로 무용교육의 발생 원리를 분석하고 무용교사 교육 실천에 관해 함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무용교육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이자 현시대가 요구하는 무용교육의 목적과 가치를 교육현장에 적용하고 이를 이끌어가는 무용교사를 위한 실천적 해석의 시도다.
무용교육은 도제식 교육으로 시작되면서 재현과 모방 위주의 교수 내용을 바탕으로 교수자의 가르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초기 교육 현장에서는 '무용을 위한 교육' 기조에 따라 기능 중심, 결과 중심의 교육목적으로 교수 내용과 교수 방법이 구성되고 적용되었다. 하지만 교육의 방향과 목적, 인재상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면서 무용교육 또한 '무용을 위한 교육'에서 '무용을 통한 교육'으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움직임 중심 무용교육'을 넘어 다양한 대안적 무용교육으로의 전환이 시도되며 누구나 무용을 통해 창조적 삶을 경험하고 만들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의 역할과 의미가 확대되었다. 즉, 무용이 가진 '신체' 교육의 목적을 넘어 문화예술로서의 교육적 가치를 포함한 무용교육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이다. 이에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는 심미적 역량, 창의적인 움직임,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 등을 교육목적으로 제시하며 신체 움직임을 통해 삶과 문화를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심미', '창의', '자유', '주체적' 등의 모호한 단어를 교육목표에 사용함으로써, 교육목표의 달성을 무용 교사들의 개인적인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또한, 깊게 뿌리 내린 도제식 교육의 기능 중심, 결과 중심의 교육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교수자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따라 하는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현장에서 정규 교과 및 방과 후, 문화·예술 수업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는 무용교육은 무용 전공자뿐만 아니라 체육교육 및 교육, 공연예술교육전공자 등이 가르치고 있기에 무용교육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기준, 형태가 교수자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무용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근거를 본 연구에서는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 Deleuze)의 철학에서 탐색하고자 하였다. 20세기는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푸코의 말은 21세기가 된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들뢰즈의 철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그의 철학 개념 중 '차이생성'은 교육 및 예술교육 분야에서 교육의 본질적 목적을 분석하는 근거가 되고 있으며, 동일성의 생성, 즉 재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개념을 제공한다. 또한, 교사의 권위와 지위, 위계를 넘어 교육 자체에서 생성되는 의미를 분석할 수 있기에 이러한 들뢰즈의 차이생성론을 근거로 무용교육을 분석하는 시도는 무용교육이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국내 무용교육 관련 연구에서 들뢰즈의 철학적 개념을 적용한 연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바, 본 연구가 현재 변화하는 무용교육의 새로운 대안적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는 들뢰즈의 저서를 기반으로 문헌 연구 방법을 활용하였다. 선행연구로는 들뢰즈 철학의 교육, 무용 관련 국내연구를 체계적 문헌 고찰 방법으로 분석하여 들뢰즈 철학에서의 차이생성에 관한 핵심 개념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이론적 분석을 통해 무용교육과 무용교사 교육에 대한 현실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천 철학적 관점에서 무용교육의 목적과 내용, 구조를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논의된 교육의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가 들뢰즈의 철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재개념화될 수 있는지 분석하였으며, 기존 무용교육이론들과 사례를 들뢰즈의 교육 철학의 핵심 개념과 연관지어 재해석함으로써 본질적인 무용교육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분석 결과, 무용교육의 출발점은 낯선 대상과 마주침에 의한 강제된 사유에서 사태가 시작되었다. 마주친 대상은 기호를 방출하는데 이는 이미 규정된 의미가 있는 상징체계 내의 기호가 아닌 문제 제기적 이념을 함축하고 있는 강도의 흐름을 가리킨다. 이때 대상과 학습자 사이에 형성된 기호와 마주침을 통해 창조적인 무용교육이 발생한다. 기존의 무용교육에서는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행위로서 교수자의 동작이 그대로 학습자에 의해 재현됐으나, 들뢰즈 교육의 관점에서 무용교육은 새로운 대상과 마주침에 의해 어떤 의도 없이 자발적으로 촉발된다. 또한,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교육이 발생하는 이념적이고 잠재적인 차원에서 학습 주체와 대상은 명백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무용교육의 출발 지점은 본인의 신체, 또는 보이는 움직임 과제에 잠재된 기호와의 마주침으로 학습자는 기호에 잠재된 차이생성과정을 통해 무용교육을 감각적으로 경험하여 새로운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으며 움직임을 창조해 낼 수 있다. 따라서 무용교사는 창조적인 무용교육을 촉발시키기 위해서 학습자에게 제공되는 움직임에 대한 시범과 지식, 형식적인 틀 또는 체계를 조직화하기 이전에 학습자 내면의 무의식 속 이념과 강도가 감각적 질료로 활용되어 잠재된 상황을 변이시킴으로 움직임이 끊임없이 생성된다는 무용교육의 발생구조를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차이생성 무용 교사 교육의 실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무용교사는'차이생성적 사고의 촉발자'이다. 학습자 개인의 감각적 신체의 받아들임을 통한 신체 표현의 자유와 차이생성이 무용교육에 목적과 원리를 제시한다. 기존의 무용이 의도된 사고로서의 과정을 포함하는 신체 표현활동으로 인식된 개념이었다면, 차이생성으로서 무용교육은 사고의 과정과 표현의 표상적 활동이 동시에 일어나며 어떤 명확한 구분이 없이 변이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생성되어 감을 의미한다. 즉, 사고의 과정과 표상적 표현 체계가 동시에 발생되는 생성의 과정이다. 이는 개인 삶의 만족과 행복, 풍요를 돕는 교육으로써 개인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함에 있다. 둘째, '경험적 교육의 협력자' 즉, '함께'의 무용교육으로 '나처럼 해봐'의 무용교육이 아닌 '함께 해보자'의 무용교육을 의미한다. 이는 교사와 학습자의 구분된 교육 활동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되기'의 개념 안에서 가르치는 교사와 받아들이는 학습자 역할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상호작용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으로서 무용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교사가 절대적 진리자로서 역할에서 벗어나 학습자와의 교육과정 안에 소통과 주고받음, 생성의 과정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여기서 교수자는 학습자가 정해진 교육의 질료를 사용하여 표상되는 과정으로서 무용교육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자가 언제, 어떤 기호와 마주침으로 교육이 깨달음이 되고 의식으로 생성될지 모르기에 교수자에게 끊임없는 감각적 관찰과 피드백, 소통이 요구된다. 셋째, 무용교사는'잠재적 감각 교육의 촉발자'이다. 들뢰즈는 신체의 감각을 중요하게 기술하는데, 무용교육에서 신체의 모든 감각을 열고 민감하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미세 지각으로서 개인의 감각적 받아들임, 그 안에서 파괴되고 다시 미세감각으로서 인식되는 일련의 강도적 차이 흐름과 이념적 특이성이 계속 변이, 생성되는 과정으로서 무용교육은 감각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차이생성 무용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과제에 대해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의 효율성, 성과를 지향하는 교육 이전에 무용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교사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가 무용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용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고 삶의 만족과 행복, 풍요를 느끼게 하는 데 있다. 둘째, 무용교사 교육의 체계화이다. 무용을 가르치는 대상과 내용,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재현, 모방으로서가 아닌 문화예술의 가치가 수업 현장에 구현될 수 있는 체계적인 무용교사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무용교사의 교수학습공동체의 체계적 지원에 관한 부분이다. 본 연구를 통해 차이생성 무용교사는 '-되기' 과정, 즉, 수업에서 자신 스스로도 생성의 과정을 겪는 만큼 자신의 수업 경험과 내용, 방법을 공유하고 교사 간에 서로 소통하는 것은 수업에 대한 교육철학적 측면을 향상시켜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자와의 소통 민감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교사와 교육, 학습자의 긍정적 순환구조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다양한 예술교육 분야에서 차이생성적 교육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바, 무용교육 또한 차이생성적 관점에서 다양한 대안적 교육현장 관련 사례연구가 필요함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