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스크리아빈(Alexander Scriabin, 1872-1915)은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자신만의 음악 어법으로 만든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스크리아빈의 작품은 신비화음(Mystic Chord)이라는 독특한 화성 언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많은 작품에 신비화음을 사용하였으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 어법을 만들어 나갔다. 스크리아빈의 독창적인 음악 어법은 음악 그 자체뿐만 아니라, 시대적 정신을 반영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9세기 말, 비엔나를 중심으로 유행한 팽 드 시에클(Fin-de siécle)정신은 스크리아빈이 활동하는 러시아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러일 전쟁의 패배와 1905년 러시아 혁명 실패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격동은 그의 음악 어법을 완성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혼란의 때를 벗어나고자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현실의 범주를 넘어선 '초현실의 세계', '원초적 세계'로 도달하여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신지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스크리아빈은 이와 같은 신지학적 특징을 당시의 러시아 상징주의와 결부시켜 자신의 작품에 나타내었다.
스크리아빈의 음악 어법과 음악을 이해하고자 신지학과 러시아 상징주의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함께 스크리아빈 피아노 소나타에 나타나는 상징주의적 표현(Gesture)을 연구하였다. 후기 피아노 소나타의 특징들을 신비화음의 사용, 다양한 음계의 사용, 3도 관계의 진행, 복합화음의 사용으로 분류하였고, 마지막으로 스크리아빈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작품들은 시대 말 정신과 신비주의, 그리고 러시아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품이므로 후기 피아노 소나타 중 표제가 붙은 〈피아노 소나타 No. 7 Op. 64 '백 미사'〉, 〈피아노 소나타 No. 9 Op. 68 '흑 미사'〉와 함께 그의 마지막 후기 소나타인 〈피아노 소나타 No. 10 Op. 70〉을 중심적으로 분석하였다.
스크리아빈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연구를 통하여 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는 상징주의적 표현(Gesture)에 대한 연구와 해석이 필요하며 스크리아빈의 작품은 그의 철학과 연결되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이 단순한 작품 분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연주자와 예술가에게 스크리아빈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보다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연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