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학습자는 언어학습에 대한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신념에 따라 학습자의 행동과 학습성과가 달라질 수 있어 언어학습 신념은 L2 학습자의 개인차를 설명하는 요인 중 하나로 간주된다. 과거에는 언어학습 신념을 안정된 요인으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변화될 수 있는 역동적 요인으로 인식한다. 언어학습 신념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학습자의 신념 변화도 학습성과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학습 신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신념의 변화를 다룬 연구가 많지 않고, 특히 신념 변화와 능숙도 변화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 및 해외 단기 영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능숙도와 언어학습 신념의 변화를 살펴보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단기 영어 프로그램의 설계와 학습자 지도를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는 언어학습 신념 선행연구에서 제안된 혼합연구 방식을 택했다. 연구대상자는 국내 및 해외에서 각각 4주간 진행된 단기 영어 프로그램 참가자 61명으로, 토익 중심의 국내연수 프로그램에 41명, 통합 영어학습 중심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20명이 포함되었다. 영어 능숙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사전 및 사후 모의토익을 실시하고 t-검정과 공분산분석을 통해 집단내 및 집단간 차이분석을 실시하였다. 언어학습 신념의 변화 분석에서는 프로그램과 토익점수의 상승 정도에 따라 집단을 나누어 비교 분석하였다. Horwitz(1988)의 Beliefs about Language Learning Inventory(BALLI)를 이용해 사전 및 사후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빈도분석 및 기술통계와 더불어 Mann-Whitney U 검정과 Wilcoxon Signed-Rank 검정을 이용한 차이분석을 실시하였다. 아울러, 언어학습 신념 변화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하여 NVivo를 이용해 프로그램 기간 중 학습자들이 작성한 학습일기를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영어 능숙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국내연수와 해외연수 집단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토익점수가 상승했으나 국내연수 집단에서 더 많이 점수가 올랐다. 영어 수준별로는 두 집단 모두 초급단계의 학생들이 더 큰 점수 상승을 보여, 토익을 기준으로 한 능숙도 향상에 있어 단기 영어 프로그램이 초급 수준의 학습자에게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연수 집단은 듣기와 읽기가 고르게 향상되었지만, 해외연수 집단은 듣기의 향상도가 더 커 학습환경과 교육과정에 따라 영역별 성과는 서로 다를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언어학습 신념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 달간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학습자의 신념은 일부 변화되었으며, 학습환경과 교육과정, 학습경험 등에 따라 신념의 변화에는 차이가 있었다. 국내연수 집단은 주로 토익의 듣기와 읽기에 관한 어려움이나 자신감에 대한 신념의 변화가 있었고, 해외연수 집단은 주로 대화 관련 듣기와 말하기의 어려움과 자신감에 대한 신념의 변화가 나타났다. 어려움을 느끼는 학습자도 자신감이 커지거나 능숙도가 향상되었는데, 학습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학습전략의 수립이나 학습동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능숙도의 변화 정도와는 무관하게 외국어 적성이 있다는 신념이 강해져 학습자가 생각하는 적성과 실제 적성 간에는 간격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해외연수 집단은 영어권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신념은 약해지고 문법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커졌는데, 현지 사회와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이 부족한 경우 목표언어 문화 이해를 덜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업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영역이나 활동을 언어학습의 본질로 인식하였다. 학습과 의사소통 전략에 대한 신념은 특히 변화가 컸는데, 국내연수 집단은 듣기와 읽기 전략, 해외연수 집단은 영어 대화 전략이 주된 관심사였다. 영어 사용의 적극성이나 자신감에 있어 모든 집단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발견되었는데 특히 능숙도의 향상이 큰 집단에서 신념의 변화가 컸다. 끝으로 모든 집단의 동기가 상당히 컸는데, 통합적 동기는 대체로 유지되었으나 도구적 동기는 약해졌다. 특히 국내연수 집단과 능숙도의 향상이 큰 집단에서 도구적 동기의 감소가 컸다.
본 연구를 통해 언어학습 신념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변화될 수 있는 역동적 요인이며, 학습환경이나 교육과정, 학습자의 경험 등에 따라 신념의 변화가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그간 언어학습 신념 연구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던 단기 프로그램에서의 신념 변화와 학습환경 및 영어 능숙도 향상 정도에 따른 신념 변화의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언어학습 신념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