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의 사용 확대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의 위험성은 20세기 말부터 꾸준히 언급되어 왔으며, 최근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와 온실효과의 심화로 인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감축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며, 특히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 엔진, 발전기 등의 내연기관을 전기에너지 기반 시스템으로 대체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광범위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기에너지 저장용 전지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고효율, 고에너지밀도라는 이차전지의 장점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끊임 없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외부 자극에 의한 폭발 및 화재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원자재 가격 또한 급상승함에 따라, 일부 국가의 원재료 독점 등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한 경제적 종속 관계라는 또다른 이슈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대안으로서 최근 차세대 에너지저장 시스템 중 하나인 수계 에너지저장 시스템이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해질은 가연성의 유기 전해질로서 가연성 화재의 위험성이 높지만, 수계 에너지저장 시스템에서는 물 기반의 전해질을 사용함으로서 화재의 위험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대안으로 수계 아연 이온 에너지저장 시스템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아연 이온 에너지저장 시스템은 이론적 용량 (820 mAh g-1)이 크고, 음극으로 사용되는 아연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친환경적인 특징이 있다. 더욱이 수계 전해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안전하고, 에너지저장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이 대기 환경에 안정하기 때문에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자 제작 과정의 비용을 저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근 에너지저장 업계에서 가장 관심있는 주제 중 하나인 패키징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소자 각 부를 구성하는 소재들에 유연성을 부여하여 제작하는 플렉서블 에너지저장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간 중심의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ESS,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 이어 북미권에서는 시장 잠재력이 가장 큰 에너지저장 시스템 적용 분야로 플렉서블 전지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수계 아연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플렉서블 소자로 구현하고자 했다.
본 연구에서는 플렉서블 수계 아연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레독스 기반 유기 활물질 소재와 CNT 간 복합적인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설계하였으며, 합성된 소재를 유연성을 가지는 필름 형태의 전극으로 제작하여 수계 아연 에너지저장 시스템의 양극으로 활용하기 위한 성능 평가를 수행하였다. 양극 활물질의 아연 이온 저장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말단에 4개의 카르복실 기반 기능기를 가지는 perylene tetracarboxylic anhydride (PTCDA) 를 유기 전극 재료의 전구체로 사용하였으며, 1차원 PTCDA의 전기 전도도와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CNT와의 혼성화 및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여 높은 유연성을 가지는 레독스 기반 유기 소재와 CNT의 네트워크 복합체인 Hy-PTPA@CNT를 합성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합성된 Hy-PTPA@CNT 전극은 플렉서블 수계 아연 에너지저장 시스템용 전극 재료로서 잠재력을 입증하였다. 더불어, PTCDA 전구체의 구조적 제어를 통해 1D nanotube 형태 모양의 Hy-PTPA 구조체를 CNT 네트워크에 결합하여 유기 재료의 한계인 낮은 전기전도성을 향상하였다. 또한 유기 재료의 장점 중 하나인 소재 도입 및 디자인의 용이함을 활용하여 탄소 소재와의 구조체화를 수행한 결과, binder-free 플렉서블 전극을 합성하여 플렉서블 소자화하고 전기화학적 성능 평가를 진행하여 준수한 성능을 입증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차세대 전극 재료의 개발 및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로의 적용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