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후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 향상과 함께 '체벌(corporal punishment)이 훈육인가 학대인가?'에 대한 논란은 세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지속되어 왔다. 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아동 체벌금지 정책에 대한 권고를 하였으며, 주요국들은 체벌을 금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2023년 기준 전 세계적 65개의 국가가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62번째로 체벌을 금지한 나라가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가정 내 체벌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체벌 인식에 주목하였으며, 체벌 인식에 대한 미시적 요인과 거시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여 통합적 차원으로 영향요인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가장 최근에 조사된 자료인 세계가치관조사(WVS) 7차(2017-2022) 데이터를 활용하여 체벌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요인 및 거시적 요인을 생태체계학적 관점에서 구성하여 각 요인들의 영향력을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WVS 7차 64개국 84,591명을 최종 분석에 활용하여 체벌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요인과 거시적 요인을 검증하고, 체벌 금지 관련 법 제도화 수준에 따라 국가별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체벌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에 대한 기술통계 분석을 실시하였고, 국가별 평균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교차분석(Chi-Square)과 일원배치분산분석(One-way ANOVA)를 실시하였으며, 미시적 요인과 거시적 요인을 투입한 다층모형분석(Multi-level)을 실시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체벌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요인은 교육 수준, 주관적 가구 소득, 종교(기독교, 불교), 아내 폭력의 정당성, 타인 폭행의 정당성 변인으로 나타났다. 즉,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주관적 가구 소득이 적을수록, 천주교보다 기독교와 불교가, 아내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할수록, 타인에 대한 폭행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할수록, 자녀에 대한 체벌을 더 정당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거시적 요인으로는 분석 국가의 인권에 대한 존중 수준과 생존적가치 대 자기표현적가치(survival values vs. self-expression values) 변인은 체벌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이는 시민들이 인권 존중 수준이 낮다고 느끼거나 타인에 대한 폭행이 정당화된다고 인식하는 국가에 거주할 때 체벌 사용을 정당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생존적가치가 높은 국가에서는 자녀에 대한 체벌을 더 정당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셋째, 체벌 금지 관련 법 제도화 수준에 따른 국가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아내에 대한 폭력과 타인에 대한 폭행이 정당화된다고 인식하는 국가에 거주할 때 체벌 사용을 정당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체벌 인식의 개선을 위해 미시적 요인과 거시적 요인의 통합적 차원에서의 접근과 체벌 금지 관련 법 제도화 수준에 따른 각 국가의 특성에 적절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