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맞벌이 남성이 배우자의 근무 조건에 따라 조부모 참여양육 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였는지를 탐색함으로써, 배우자의 직업적 특성과 관련된 조부모 참여양육 과정의 맥락을 맞벌이 남성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 경험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배우자의 근무 조건이 비교적 규칙적인 대표적 직업으로서 '초등교사'를 상정하였으며, 불규칙한 대표적 직업으로서 '간호사'를 상정하여 각각의 연구 참여자를 목적 표집하였다.
배우자의 직업이 초등교사인 참여자 3명, 간호사인 참여자 5명, 이렇게 총 8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으며, 개인별 심층면담으로 질적 자료를 수집하였고, 부족한 자료가 있는 경우 이메일, 전화, SNS를 활용하여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다. 수집된 질적 자료를 전사하여 귀납적 범주분석을 활용한 방식으로 주제, 영역, 중위범주,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
자료 분석의 결과, 배우자의 직업이 초등교사인 경우와 간호사인 경우에서 공통적으로 6개의 주제를 도출하였는데 각각의 주제는 '배우자의 근무 조건에 따른 조부모 참여양육의 배경과 양상', '가족구성원의 조부모 참여양육 경험', '공동양육자로서의 부부갈등과 협력', '아버지 역할', '친가에서 남성의 경험', '처가에서 남성의 경험'이며, 이러한 공통 주제에 따라 배우자의 직업별로 각각의 영역과 중위범주, 하위범주를 구성하였다.
배우자의 직업이 초등교사인 경우는 13개 영역, 30개 중위범주, 87개 하위범주가 구성되었고, 배우자의 직업이 간호사인 경우는 13개 영역, 42개 중위범주, 142개 하위범주가 구성되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배우자의 근무 시간이 규칙적인 남성의 조부모 참여양육 경험(배우자가 초등교사인 경우)을 살펴보면, 조부모 참여양육의 동기는 조부모의 자발적 참여와 돌봄 기관에 대한 불안감이었으며, 남성은 조부모의 지원 덕분에 여유롭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조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남성은 불공평한 가사분담으로 아내와 갈등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아빠 역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책임감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친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남성은 '여유로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처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남성은 '참여형 백년손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배우자의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남성의 조부모 참여양육 경험(배우자가 간호사인 경우)을 살펴보면, 조부모 외에 다른 양육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조부모 참여양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강도의 육아를 감당하고 있는 조부모에 대하여 남성은 감사함과 함께 죄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또한, 육아 및 가사의 분담 문제로 배우자와 갈등하고 있으나 배우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성은 배우자의 불규칙한 근무 조건으로 인해 떨어져 지내고 있는 자녀에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남편과 가장으로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남성은 '고독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처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남성은 '의존형 백년손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배우자의 근무 시간이 규칙적인 경우와 불규칙한 경우, 남성의 조부모 참여양육 경험의 차이를 살펴보면, 우선 배우자의 직업이 초등교사인 경우는 양육친화적 근무 조건으로 '선택적 조부모 참여양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배우자의 직업이 간호사인 경우에는 불규칙하고 경직된 근무 조건으로 인해 '불가피한 조부모 참여양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부모에 대한 핵심감정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배우자의 직업이 초등교사인 경우는 '감사함'이었고, 간호사인 경우는 '감사함'과 '죄송함'이었다. 남성은 공통적으로 육아와 가사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배우자의 직업이 초등교사인 경우보다 간호사인 경우에서 육아 및 가사에 대한 부담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고, 이로 인해 부부갈등도 더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아버지 역할에도 차이를 보였는데 배우자의 직업이 간호사인 남성이 교사를 배우자로 둔 남성보다 아버지의 역할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가에서 양육지원을 받고 있는 남성은 양육의 중심에서 고부간 중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배우자가 초등교사인 경우는 '여유로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배우자가 간호사인 경우는 '고독한 중재자' 역할을 감당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가에서 양육지원을 받고 있는 남성은 처가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양육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실제 양육분담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배우자가 초등교사인 경우는 '참여형 백년손님'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배우자가 간호사인 경우는 '의존형 백년손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정책적 개선안을 제언하였다.
첫째, 양육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양육을 위한 지식, 기술, 태도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아버지 역할의 능력 함양을 위한 아버지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조부모의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주고, 양육 효능감을 증진시켜 줄 수 있는 조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양육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데 특히, 남성의 육아 고충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절실하다.
셋째, 성별과 직종을 불문하고 가족친화 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다각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되며, 무엇보다 불규칙한 근무 조건으로 인해 출산과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교대 근무자의 고충 경감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신뢰할 만한 공보육 환경 조성을 위해 국·공립 영유아 돌봄 기관의 확대가 시급하며 돌봄 전문 인력관리, 보육환경 개선, 프로그램 개선 등 지속적인 질적 관리를 통한 돌봄 기관의 수준 제고가 요구된다.
다섯째, 조부모 수당, 조부모 가사 지원 등 조부모의 육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조부모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