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상 기본권에 관한 조항들을 모아놓은 제2장의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제10조 1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조항”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 중 “행복추구조항”에 기본권성을 인정하여 이 조항으로부터 구체적 기본권들을 도출할 수 있느냐를 두고 1980년 헌법개정을 통해 “행복추구조항”이 우리 헌법에 편입된 이후로 첨예한 학설의 대립이 있어왔다. 이 행복추구조항의 기본권성 문제는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들의 전체 체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각각의 개별적 기본권들의 내용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행복추구조항의 기본권성에 관해 학설은 크게 여섯 가지 정도로 갈라지는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그 중 “행복추구조항”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조항”과 함께 묶어서 이해하면서 이로부터 ‘존엄권’과 ‘행복추구권’ 등의 구체적 권리들이 도출된다고 보는 학설에 가장 가깝다. 그러면서 이 행복추구권에서 다시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 도출된다고 본다.
필자는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여러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행복추구조항”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조항”과 함께, 구체적 기본권성을 가진 조항이라기보다는 헌법 제11조에서 제36조에 걸쳐 규정된 개별적 기본권이나 헌법 제37조 1항에서 도출되는 새로운 기본권들이 지향해야할 목표나 이념을 선언해놓은 선언적 규정이라고 믿는다. 그 이유는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을 인정하기에는 “행복”이나 “행복추구”라는 개념이 너무 모호하여 牽强附會式의 적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나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 같은 헌법 제10조 1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조항”과는 무관하게 왜 오직 “행복추구조항”에서만 도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과 일본에서의 행복추구조항의 立法史的 淵源을 자세히 추적해 들어가 보아도 이 조항은 이들 헌법이 자연권사상에 기초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이념조항, 선언적 조항으로 쓰여졌다는 점이 될 수 있다. “행복추구조항”으로부터 무리하게 끌어내는 ‘행복추구권’ 대신, 헌법 제17조에 규정된 프라이버시권이나 헌법 제12조에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리가 그 代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