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관계법'은 중국의 묵시적인 합의 아래 탄생한 것이었다. '대만 관계법'은 대만의 합법적인 방위 욕구 충족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적으로 제정됐으며,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조달하고 대만 해협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정치·외교·군사·경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00년 2월 1일 미 하원에서 가결된 '대만 안보 강화법'은 과거 '대만 관계법'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대만 간에는 항상 중국이라는 변수가 자리하고 있으며, 미·중 간에도 대만이라는 변수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에서 때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자신의 위상을 관리해 왔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은 어느 때에는 대만에게 유리하고, 어느 때는 중국에게 유리한 형태로 적용되었다. 이는 미국이 양안 문제에 대하여 매우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하나의 중국' 입장을 천명해 왔던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만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만 관계법'은 미국과의 단교를 대체하는 적절한 교두보가 되는 것이었다. 이는 향후 중국과 미국의 외교 관계에서 대만을 둘러싼 쟁점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협상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대만으로서는 자신의 생존권에 심각한 안보상의 위기가 발생하거나 안전이 위태롭다고 느껴질 때는 미국 내 지원 세력의 주목을 끌고 국제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 중국과의 긴장 분위기를 조성시킬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는 대만의 안전보장 및 국방 정책에 있어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기능해 왔으며, 그러한 안보 메커니즘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작동될 것이다. 또한 대만이 대만 독립을 구체적 통일 정책으로 정립하여 양안 관계를 극도로 해치지 않는 한, 미국과 중국과의 상호 이해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려는 극단적인 현상 타파 시도가 없는 한 미국의 대만 배려는 현상 유지라는 실용적 현실주의를 견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