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각종 유해성을 비판하는 작업은 많았다. 그 어떤 대중문화 상품도 가상의 폭력 그 자체를 이처럼 노골적으로 상품화 한 적은 없었다. 일상 자체가 전쟁이 되어가고 생활공간조차 요새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온라인 게임은 권태로운 삶의 도피처임과 동시에 인간의 정서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일상에서 체험 불가능한 절대적 '속도' 와 '폭력'의 집행자가 될 수 있다. 게이머들은 익명으로서의 자신의 캐릭터를 과시하는 나르시시즘과 실제생활에서의 대인기피증상이 결합된 미묘한 도착상태로 빠져들며 전쟁 게임에 중독된다. 책 속의 대량살상은 역사적/허구적 인물들이 일으킨 '그때-거기'의 사건, 즉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본 사건으로 해독된다. 그러나 게임의 모든 상황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해석, 아니 즉각적으로 '경험'되어버린다. 즉 사운드와 이미지로 철저하게 현재화·현장화되는 동영상은 '바로 나 자신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가학적 쾌감을 오직 손목의 마우스 운동만으로도 생생하게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전쟁 게임에서는 원래의 텍스트에 담겨 있는 '은유와 상징의 재해석'이라든지 '삶과 텍스트의 아날로지(analogy)'가 작동할 여유가 없다. 전쟁 게임에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서사'가 있다. 그러나 속도전을 중시하는 전쟁 게임에서 서사의 풍요와 디테일의 다채로움은 효용성이 없다. 가상의 적을 찾아 암살하는 미션의 완수를 '방해'하는 모든 디테일은 과감히 삭제된다. 허구화된 도덕적 사명과 영웅주의를 기묘하게 혼합함으로써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문구들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명제를 실현하고 있다. '당신은 현실속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당신은 얼마든지 신이 될 수 있다.' 이제 게이머는 신의 시점과 신의 시공간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게이머의 시점은 이론적으로 세계의 모든 차원을 부감할 수 있으며, 전쟁 게임의 구성원리는 '게이머의 신격화'를 전제로 한다. 신의 위치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는 부감샷의 시점은 결과적으로 폭력을 '풍경'으로 관찰하는 시선, 즉 폭력을 미학적 관조의 대상으로 만들기 쉽다. '놀이'의 긍정적 속성을 소거해버린 폭력의 향연으로서의 전쟁 게임, 속도와 파괴, 경쟁과 전복에 그 목적이 있는 모든 온라인 게임은 적에 대한 공격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성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