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국제결혼과 이주노동을 하기 위해 입국한 이주여성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정착과 관련된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글은 강경애의 『소금』과 조선족 여성작가 허련순의 『바람꽃』에 담긴 젠더화된 이산의 현실을 살아가는 이산여성의 삶의 궤적을 통해서, 제국주의 식민지배 시대와 전지구화 자본주의 시대에 이루어지는 민족사의 순환고리적 ‘이산’과 민족과 젠더의 경계에 선 여성의 삶과 몸의 체험 속에 중첩된 민족적, 계급적, 성적 모순의 양상을 탐구한다. 나아가 이들 여성이 성별 주체로서 수시로 대립 또는 공모, 충돌하는 성별과 계급, 민족국가라는 다중적 변수들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삶의 동력으로 승화해 나가는지를 살펴보았다. 두 작품은 창작 시기가 6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과 시대적 배경의 상이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식 한 부분에 순환고리적으로 존재하는 민족과 젠더의 문제를 ‘이산’의 프리즘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두 작품에 각각 등장하는, 1990년대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의 ‘중국조선족 이주여성노동자’와 1930년대 제국주의 식민지배 하의 ‘조선인 이주여성’ 사이에 있는 ‘조선’이라는 공통적 민족국가 코드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여성이 경험한 역사를 ‘조선족 여성’의 현재 경험으로 악순환시키는 현실의 동력 장치이다. 이산여성을 둘러싼 민족과 계급, 성을 매개한 억압의 코드, 그리고 몸의 고통스러운 체험을 통한 여성 디아스포라의 고난, 여성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처절한 삶의 결과 등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산여성의 경험과 정체성은 동질화되고 획일적인 ‘민족’ 경험만으로는 설명할 수없는 부단한 협상과 타협을 통해 소통에 이르려는 여성의 ‘몸’으로 체험한 삶이다.Women's Diaspora on the Border of a Nation and Gender: A Comparative Study of by Kang Kyong-ae and by Huh Ryo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