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학과는 달리, 주의(主義)나 교의(敎義)는 반드시 사실에 의해 반박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어떤 주의가 옳은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 그 주의를 보증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주의에 대해 옳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대해 그것이 옳다고 믿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주관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인간이 기존의 자신의 옳음에 대한 신념이 스스로의 깨달음이나, 혹은 타자와의 사상적 교류에 의해 깨우쳐져 새로운 옳음을 주체적으로 형성해가는 과정과는 달리, 주어진 정치사회적 환경에 의해 기존의 옳음에 대한 신념을 버리고 새로운 물음이 강제되는 경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본고에서는 일본에서의 전향에 대해 전시기의 가와카미와 전후기의 이마무라를 중심으로 전향에 즈음한 그들의 논리를 분석함으로써, 전향의 정치적 함의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전향이 일본의 정치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인 토양에 주목하여, 예컨대 미소기(ミソギ)와 하라이(ハライ) 풍습의 논리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