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미드(미국드라마) 열풍의 원인과 배경 그리고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살펴보는 데 있다. 이 연구는 외국 문화의 수용과 관련하여 흔히 시도되는 민속학적 수용자 연구 대신, 문화의생산과 유통 내지 (재)매개 국면에 대한 탐색적 연구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이 논문에서는 일종의 '산업적/제도적 차원의 분석'(jndustrial/institutional analysis)을 우선 시도하고자 한다. 즉 이 논문에서는 현 단계 한국의 방송 산업에 대한 진단과 함께 지상파 3사와 대표적인 케이블 3사의 편성 담당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1) 전지구적 스케일로 이루어지는 문화 생산물의 생산과 유통 및 소비의 회로 속에서 미드는 한국의 방송영상 산업과 어떤 접합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고, 2) 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전체적인 테크놀로지 전경(technoscape)과 미디어 전경(mediascape) 속에서 케이블과 지상파 TV가 수입해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배치되고 있는지를 짚어볼 것이며, 3) 방송 영역 종사자들 중 편성 담당자들이 일종의 '문화 생산자'(cultural producers) 또는 '문화 매개자'(cultural intermediaries)내지 '문화간 대화자'(cultural interlocutors)로서 수행하는 역할을 짚어 보고, 이들의 제도적 실천이 미드 수용 환경의 전체적인 모양새를 결정짓거나 굴절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것이다. 방송사의 미드 편성 담당자들이 수행하는 제도적 실천과 그것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에 관한 연구는, 로컬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미디어 문화에 관한 논의를 전개할 때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문화의 생산과 (재)매개에 관한 논의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에서 , 현 시점 에서 시급히 요청되는 연구라 할 수 있다.